예능 프로그램이 사랑하는 밴드가 있다. 월드뮤직을 하는 연주 밴드 ‘두번째달’이다. 지난 3월 ‘두번째달’ 2집 앨범이 10년 만에 나왔을 때 새 앨범에 실린 곡들은 일주일 만에 방송을 탔다. ‘1박2일’ ‘삼시세끼’ ‘비정상회담’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다.
‘두번째달’은 OST로 유명세를 얻었다. 2005년 발표한 1집 앨범에 실린 곡들은 무려 10년 동안 각종 드라마, CF, 예능에서 OST로 쓰여 왔다. ‘두번째달’은 잘 몰라도 그들의 음악은 대중에 익숙한 셈이다.
2집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를 발표한 뒤 단독 공연과 ‘톱밴드 3’(KBS) 출연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두번째달’을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앨범 하나만으로도 1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를 물었다. “어떤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쓴 곡들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오랜 시간 동안 어디에도 잘 어울릴 만한 음악인 거죠. 연주 음악의 장점이기도 하고요.”(이영훈·기타)
‘두번째달’은 보컬이 없다. 음악을 들으면서 ‘두번째달’을 바로 떠올리지 못하는 건 이런 이유도 크다. 2집에 실린 ‘사랑가’처럼 객원 보컬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만돌린, 아일랜드 휘슬, 퍼커션, 멜로디언처럼 흔히 쓰이지 않는 악기들을 사용한 연주 음악이 주를 이룬다. ‘사랑가’도 보컬이 들어간다기보다 소리꾼 이봉근이 춘향가의 사랑가를 ‘읊는’ 곡이다.
그럼에도 보컬을 강화할 생각은 없다.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현보(만돌린, 기타)는 “연주 음악 밴드라는 게 ‘두번째달’의 정체성”이라고 규정지었다. 최진경(키보드, 멜로디언 등)도 “가사가 있으면 음악이 주는 메시지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연주음악은 듣는 이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두번째달’은 월드뮤직에 기반을 둔 밴드다. 아일랜드, 인도, 아프리카 등의 민속음악적인 색채를 담고 있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가 흐르지만 어쩐지 편안한 기분이 드는 음악을 한다. 낯섦과 익숙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연주하면서 저희들도 시야가 굉장히 넓어지고 있어요. 어렵지만 이런 음악들을 아는 것도 재미라고 생각해요.”(박진우·베이스, 퍼커션)
10년 만에 두 번째 앨범을 냈지만 앞으로는 더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판소리 ‘춘향가’와 컬래버레이션을 계획하고 있다. 연주곡 위에 춘향가를 덧입히는 방식이다. 김현보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매력을 만끽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인터뷰] “연주음악, 마음껏 상상할 수 있어 매력”… 10년 만에 2집 앨범 낸 ‘두번째달’
입력 2015-11-23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