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만 18세의 소녀가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정복했다. 그 주인공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다.
23일(한국시간) 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대회 4라운드가 끝난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장(파72·6540야드)에서 리디아 고는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공동 7위에 그쳤지만, 리디아 고는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총 280점을 얻어 278점에 그친 박인비(27·KB금융그룹)를 따돌리고 올해의 선수(MVP)가 됐다. 총상금에서도 올해 280만802달러를 벌어 박인비(263만11달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시즌 전체 성적을 바탕으로 1위에게 보너스를 주는 레이스 투 더 CME 글로브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해 100만 달러도 덤으로 받았다. 2013년 10월 프로로 데뷔한 이래 불과 2년 만에 세계 최고 선수들의 무대인 LPGA를 평정한 것이다.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사상 최연소(만 18세 9개월 29일) 올해의 선수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LPGA 투어뿐 아니라 미국 4대 프로스포츠와 미국프로골프(PGA)를 통틀어서도 최연소 MVP 기록을 세웠다. 이전까지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웨인 그레츠키가 19세 때 MVP가 된 게 최연소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0·미국)도 PGA 투어에서 21세 때 올해의 선수가 됐다. 신인상을 받은 바로 다음해에 올해의 선수가 된 것은 리디아 고가 역대 네 번째다. 최근 사례는 20년 전인 1995년 안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이었다.
리디아 고는 “(박)인비 언니, 원조 골프 여제인 소렌스탐, 타이거 우즈 등 대단한 선수들의 이름 옆에 내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이것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여자 골프를 평정한 리디아 고에게 남은 목표는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금메달이다. 그는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부터 정말 참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서 “언론과 팬, 선수 모두 관심이 많은 만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내년 첫 번째 목표이고, 메이저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는 게 두 번째 목표”라고 밝혔다. 리디아 고는 이날 발표된 세계 여자골프 랭킹에서도 12.42점으로 5주 연속 1위를 지켰다. 박인비는 0.09점 차이로 2위를 유지했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단독 6위)로 대회를 마친 박인비는 이번 시즌 평균타수 부문 1위(69.415타)에 오르며 명예의 전당 입회에 필요한 포인트 1점을 벌었다. 이로써 LPGA 투어 명예의 전당 가입에 필요한 점수(27점)를 모두 채우는 소득을 올렸다.
박인비는 포인트를 채운 시점을 기준으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박인비는 만 10년째를 채우는 내년 시즌 후 명예의 전당에 입회한다. 한국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것은 2007년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가 유일하다.
그는 “이번 주에 여기 오면서 명예의 전당 포인트만 채워도 아주 만족스러운 한 해가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LPGA 무대에 진출할 때 세운 목표를 이루고 한 해를 마감하게 돼 무척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최고’가 된 ‘고’… 리디아 고, 만 18세 9개월 29일만에 최연소 올해의 선수
입력 2015-11-23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