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개혁 착수 ‘40대 총장 루터大 구할까’… 루터대 구원투수 김영옥 신임 총장

입력 2015-11-23 18:20
김영옥 루터대 신임총장이 최근 경기도 용인 루터대 총장실에서 학교 개혁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8월 루터대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교육부가 진행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이다. 전국 298개 대학 중 E등급을 받은 곳은 루터대를 포함해 13곳이었다. 교육당국은 이들 대학을 ‘부실 대학’으로 판단하고 재정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이들 학교는 향후 국회에 계류 중인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법’이 통과되면 정원까지 줄여야 한다.

루터대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닥뜨린 셈이다. E등급을 벗어나려면 재평가 결과가 나오는 내년 8월까지 대대적인 개혁을 벌여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설립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은 루터대 이사회는 지난 2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을 신임총장에 선임했다. 루터대 이사회 이사로 활동하던 김영옥(46·여) 변호사였다. 루터대에 따르면 그는 우리나라 대학 총장 중 최연소다.

최근 경기도 용인 루터대에서 만난 김 신임총장은 “루터대가 처한 상황이 좋지 않다. 무엇보다 대학의 재정수입을 늘리는 게 시급한 상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루터대는 교육당국이 2011년 진행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도 안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정부의 컨설팅에 따라 이듬해 입학정원을 200명에서 100명으로 줄였죠. 학생들 등록금을 통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 겁니다. 현재는 ‘정원 외 학생’을 통해 새로운 수입원부터 창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는 ‘정원 외 학생’을 수혈하기 위해 국제어학원이나 평생교육원 과정을 개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교육 콘텐츠를 통해 개혁의 종잣돈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신임총장은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루터대 캠퍼스를 이용하면 새로운 수익사업도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라며 “대학과 사회의 경계를 무너뜨려 학교와 지역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루터대는 지난 9월 전임 총장이 자진사퇴하면서 총장직이 공석이었다. 이 때문에 김 신임총장은 총장에 선임되자마자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식은 24일 열린다.

총장 업무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그는 이미 강도 높은 개혁 작업을 벌이고 있다. 신학과의 목회자 교수들이 도맡다시피 한 보직교수직을 전부 상담학과 사회복지학과 등 타과 교수들에게 맡긴 게 대표적이다. 그는 “아무리 신학대여도 학교는 학교처럼 운영돼야 한다”면서 “4년제 종합대학으로서 타과 교수님들의 경험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직교수를 전원 교체했다”고 말했다.

김 신임총장은 1992년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 러시아 외무성이 운영하는 모스크바국제관계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2002년 귀국한 뒤에는 서울대 아주대 등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현재 그는 서울 양재동 베델교회 집사다. 교회학교에서 중등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하다.

“총장직을 수차례 고사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일이 저의 소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루터대가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용인=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