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황실 악공이 연주한 ‘대취타’(어가 행차 등에 쓰인 행진곡·사진)를 비롯해 구한말 미국 음반사가 우리 국악을 녹음한 음반 11장이 발굴됐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형태의 궁중음악과 삼현육각(민간 기악음악) 등이 들어 있어 한국 전통음악 복원과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 배연형 소장과 석지훈(연세대 사학과 석사과정)씨는 1900년대 초 미국 빅터(Victor)사가 녹음한 국악 음반 가운데 11장의 실물을 하와이주립대 한국학 연구소를 포함해 해외 여러 소장처에서 새롭게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기존에 알려진 빅터사의 국악 녹음 음반이 11장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확인된 음반 숫자가 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대한제국 황실 악공 9명이 연주한 ‘황실대취타’와 ‘별가락’ 등이 실린 음반이 처음 발견돼 눈길을 끈다. 대한제국 황실 악공이 연주한 녹음으로는 유일해 궁중음악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전승이 거의 끊어진 전통 기악음악인 삼현육각을 담은 음반 3장도 나왔다. 근대 판소리 5명창 가운데 한명인 송만갑(1866∼1939)의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도 발굴됐는데, 판소리를 담은 음반으로는 최초에 해당된다. 또 ‘역사타령’ ‘노인가’ ‘장님경’ 등 알려지지 않았던 민속음악도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배 소장과 석씨는 지난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국국악학회 세미나에서 ‘20세기 초 유성기음반 녹음 연구-1906년 녹음 미국 컬럼비아와 빅터 레코드를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논문은 그동안 20세기 초로만 알려진 음반은 1906년 12월 미국인 녹음기사 윌리엄 가이스버그가 한양을 방문해 녹음했으며, 빅터사를 통해 총 96장이 발매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빅터사의 음반대장에 기록된 한국음반 목록을 발굴하면서 얻은 성과로 구한말 음반 제작과 유통 경로 등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대한제국 국악 담은 희귀음반 11장 발굴… 음반아카이브硏 배연형 소장·석지훈씨, 국악음반 새롭게 확인
입력 2015-11-23 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