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장단에 판소리 독일 관객 “브라보”… ‘재즈 코리아’ 베를린서 팡파르

입력 2015-11-23 18:33 수정 2015-11-23 21:28
피아니스트 김성배, 베이시스트 이원술, 드러머 한웅원(왼쪽부터)으로 구성된 트리오 ‘클로저’가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케셀하우스에서 열린 제3회 ‘재즈 코리아’ 무대에 올라 연주하고 있다.
맥주 공장으로 지어졌다가 영화관 및 공연장으로 개조된 케셀하우스 외관.
2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는 첫눈이 내렸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손을 호호거리며 몰려들었다. 1900년대 초 맥주공장으로 지어졌다가 통일 후 영화관 및 공연장으로 개조된 케셀하우스(문화의전당). 오후 7시부터 ‘재즈 코리아’가 열렸다. 300석의 객석과 1∼2층 계단까지 관람객으로 꽉 찼다.

베를린에 주재하는 한국문화원(원장 윤종석)이 주최한 ‘재즈 코리아’는 이번이 세 번째 무대로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4개국 9개 도시에서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독일에서는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라이프치히, 캠펜, 에버스베르크에서 열리고 스페인 마드리드, 헝가리 부다페스트, 벨기에 브뤼셀로 무대가 옮겨진다.

‘재즈 코리아’는 한국 현대음악과 재즈, 국악이 어우러진 레퍼토리로 통일의 도시 베를린에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선율을 선사했다. 공연에는 국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 5개 팀이 연주 실력을 뽐냈다. 뮤지션들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1917∼1995)이 활동한 베를린에서 음악한류를 알렸다.

첫 무대는 피아니스트 김성배, 베이시스트 이원술, 드러머 한웅원으로 구성된 트리오 ‘클로저’가 장식했다. 2014년 결성된 클로저는 재즈가 모호하고 차가운 음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관객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음악을 추구하는 팀이다. ‘행복한 날들’ ‘아버지를 휘한 눈물’ ‘세 명의 왕’ 등 쉽고 편안한 음악을 들려줬다.

이어 피아노(남경윤), 베이스(고재규), 드럼(서미현)으로 구성된 남경윤 트리오는 애수의 감성을 담은 곡조와 정교한 멜로디로 연주했다. ‘선물’ ‘나의 소망’ 등 자작곡으로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다. 피아니스트 정재일과 소리꾼 한승석은 ‘바리’ ‘적벽가’ 등 판소리를 피아노 선율과 함께 들려주는 무대로 관객들의 “브라보”라는 함성과 더불어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피아노(조영덕), 베이스(박지웅), 드럼(최요셉)으로 이뤄진 조영덕 트리오는 2012년 자라섬 국제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출’ ‘혼돈의 무대’ 등 서정적인 선율을 들려줘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오른 보컬 혜진은 다양한 스타일의 깊이 있는 음악을 선보여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음악 감독은 마틴 쟁커 전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초빙교수(베이시스트)가 맡았고 사회는 베를린 대학병원 의사이자 재즈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나빌 아타시가 진행했다. 관람객 중에는 교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베를린 현지 주민이었다. 공연 시간이 일요일 저녁인 데다 프랑스 파리 테러 사태로 관람객이 얼마나 올지 우려됐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인 안스가 포흐트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을 관람했는데 한국 뮤지션의 실력이 뛰어나다”며 “재즈와 국악의 접목 무대가 특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베를린=글·사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