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 양파, 김현철, 김범수, 조승우, 장윤주, 팀, 박지윤, 서영은, 정엽, 리사, 이하늬….’ 이들의 공통점은? 노래를 잘 부르기로 유명한 가수 또는 배우다. 더 중요한 공통점은 모두 크리스천이라 것이다. 새로운 공통점은 재즈 피아니스트 곽윤찬(47)씨가 기획한 시리즈 앨범 ‘아이엠멜로디(i am Melody)’에서 찬송을 불렀다는 것이다.
시리즈 3집을 낸 곽씨를 최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작업실에서 만났다.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20㎡ 안팎 작업실에는 피아노가 세 대나 놓여 있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 그는 ‘아이엠멜로디’ 1집에 실렸던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을 연주했다. 세련된 재즈 스타일이었다. 음반 제목은 하나님의 선율이라는 뜻에서 ‘Melody’ 첫 스펠을 대문자로, 그 선율을 만드는 ‘나(I)’는 겸손해야한다는 의미에서 소문자로 썼다고 한다.
“한국 교회가 위기에 처했다고 하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하자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음악으로 복음을 전하는 거죠. 누가 뭐래도 기독교는 종교가 아닌 절대 진리에요.” 곽씨는 2005년 세계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꿈의 레이블’로 불리는 ‘블루 노트(Blue Note)’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그는 2010년 처음 이 시리즈를 냈다. 나얼 팀 박기영 등 아티스트 10명이 참여했다. 이듬해 김범수 박지윤 조승우 등 10명이 노래한 2집을 냈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주요 음원 사이트 CCM부문 선두권을 차지했다.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가수나 배우에게 직접 연락을 했어요. 대부분 흔쾌히 응했어요. 그중 나얼과 리사는 1집부터 3집까지 계속 같이 해왔어요. 3집은 하나님이 연출하신 것처럼 필요한 모든 사람을 합류시켜서 선을 이루게 하셨어요.”
올해 9월 나온 3집은 나얼 김현철 이정 등 10명의 아티스트들이 ‘내게 있는 모든 것을(원제: I surrender all)’ 등의 찬송을 영어로 불렀다. 한국에 복음을 전한 미국 등에 ‘역(逆) 선교’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앨범은 2년 가까이 작업을 했다. 긴 시간만큼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김현철씨에게 작업을 하자고 했을 때 첫 마디가 ‘제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였어요. 참 겸손하세요.”
김씨는 평소 도움이 필요한 기관이나 사람에게 후원도 많이 한다고 곽씨는 전했다. “박혜나씨는 뮤지컬계 디바로 불리는 분이죠. 20분 만에 녹음을 끝냈어요. 아무리 잘 불러도 한 곡 녹음하는 데 네다섯 시간은 걸리거든요. 혜나씨는 실력 외 순발력 집중력이 대단하단 걸 느꼈어요.” 아이엠멜로디를 녹음할 때 참여 가수들이 나와 서로 ‘응원’을 하기도 했다.
“가수들은 스케줄이 많아서 참 바빠요. 그런데 이 앨범을 녹음할 때 다른 가수들이 나와서 응원하고 녹음 후 같이 밥도 먹고 그랬어요. 김현철씨 녹음할 때 제일 많이 왔고, 양파가 녹음할 때도 많이 왔어요.”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가수들 목소리를 녹음해 미국에서 가서 작업을 했어요. 유명 재즈 베이시스트 아브라함 라보리엘은 노래를 들으면서 세 번이나 울었어요.”
실제 아이엠멜로디 3집은 따뜻하면서도 슬픈 감정을 자아낸다. 지금부터 크리스마스 연말까지 잘 어울릴 음반이다. “재즈는 소수자 ‘마이너(minor)’의 음악이에요. 피아노 건반에서 도와 미를 같이 누르면 메이저 화음이지만, 도와 미 플랫를 누르면 어두운 화음이 나와요. 노예로 끌려온 흑인들이 감히 미 소리를 내지 못하고 뭔가 부족한 미 플랫 소리를 낸 거죠. 여기에서 나온 음악이 블루스이고 이 블루스에서 재즈가 나와요.”
곽씨는 재즈 풍의 찬송이 주는 느낌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울하고 슬픈 이들에게 편안함을 줍니다. 전 재즈의 화음이 하나님의 위로, 재즈의 악센트가 하나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다섯 살 무렵부터 교회에 다닌 ‘교회 오빠’다. 현재 나사렛대 실용음악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나얼 양파 정준 등 크리스천 연예인 40∼50명과 매주 두 차례 성경 공부도 한다.
아이엠멜로디 멤버들은 내년 1월 미국 뉴욕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보름 동안 공연을 할 예정이다. “선교를 위해 냈으니 선교하러 가야죠?” 그는 웃으며 새해 일정을 소개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시리즈 앨범 ‘아이엠멜로디’ 기획한 재즈피아니스트 곽윤찬 “유명 아티스트 여기서 노래 다 불렀어요”
입력 2015-11-24 19:12 수정 2015-11-24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