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46) ‘약방의 감초’에서 ‘심스틸러’로

입력 2015-11-23 18:14
톱스타 조연 어네스트 보그나인

‘신 스틸러(scene stealer)’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새는 ‘심(心) 스틸러’라는 말까지 나왔다. 영화에서 주연을 제치고 화면을 장악해 관객들의 눈길은 물론 마음까지 휘어잡을 만큼 비중이 커진 조연을 의미한다.

조연배우도 대개는 ‘전문분야’가 있다. 하지만 조연은 주연과 달리 이런저런 역을 모두 소화해내는 팔방미인이어야 하기 때문에 ‘성격배우’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연기파’ 배우다.

할리우드 최고의 조연은 누구일까. 1930년대부터 서부극에 단골로 출연하면서 두 차례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월터 브레넌을 꼽는 이들이 많지만 토머스 미첼을 지목하는 영화사가들도 많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비비안 리의 아버지 역으로 알려진 배우다.

에롤 플린 주연의 중세 칼싸움 사극에서 악역을 많이 맡았던 베이질 래드본과 조지 샌더스, 아서 케네디, 칼 몰든 등도 훌륭한 조연들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주연과 조연을 오가며 연기력을 뽐낸 도널드 서덜랜드를 필두로 무슨 역을 맡겨도 믿음직한 일라이 월라크와 리 J 콥, 마틴 발삼, 그리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면서도 ‘사상 최강의 조연’으로 이름을 날린 어네스트 보그나인 등은 조연이지만 톱스타 대우를 받아 마땅하다.

좀 더 현재 쪽으로 오면 당초 주연인 데이비드 니븐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출발했으나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일약 주연으로 올라서 몇 편의 후속편까지 찍은 ‘핑크 팬더’ 시리즈의 클루조 형사 역 피터 셀러즈와 사상 최고의 악역 중 하나인 ‘쉰들러 리스트’의 나치 수용소장 역 롤프 파인즈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훌륭한 조연이 ‘성격배우’라는 견지에서 볼 때 최고 성격배우의 리스트를 보면 좋은 조연과 겹치는 수가 많다. 인터넷에 떠도는 ‘최고의 성격배우 10인’을 소개한다. ⑽ 포레스트 휘태커 ⑼ 브래드 다우리프 ⑻ 조 페치 ⑺ 클로드 레인스 ⑹ 크리스토퍼 월큰 ⑸ 폴 지아매티 ⑷ 스티브 부세미 ⑶ 존 터투로 ⑵ 크리스토퍼 로이드 ⑴ 게리 올드먼.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