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빌뇌브 감독의 ‘시카리오’… 서스펜스·스릴 압권 액션과 감정연기 한 치의 빈틈도 없어

입력 2015-11-24 18:53

2011년 개봉된 ‘그을린 사랑’은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 한 여인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프랑스계 캐나다인 드니 빌뇌브 감독이 범죄 스릴러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들고 돌아왔다. 장르는 다르지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와 스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흡인력은 여전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소속 케이트(에밀리 블런트)는 어린이 납치사건을 수사하면서 거대하고 잔혹한 멕시코 마약조직을 알게 된다. 케이트는 중앙정보국(CIA) 마약조직 카르텔 소탕작전에 자원한다.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도 법과 원칙이 없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위험천만한 무법지대 후아레즈로 마약조직 소탕작전에 투입된다.

시카리오(sicario)는 예루살렘에서 침략자 로마군을 암살하는 자를 뜻하는 ‘질럿’에서 유래한 말이다. 멕시코에서 시카리오는 암살자라는 뜻으로 통한다. 영화는 멕시코 사상 최악의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요원들이 서로 다른 목표로 대립하는 내용을 그렸다. 이 영화의 매력은 요원과 마약조직 사이의 총격전을 사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데 있다.

순진한 이상주의자 케이트와 정의 구현보다는 개인적인 복수에 집착하는 알레한드로의 캐릭터가 후반부로 갈수록 분명해지면서 결말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액션과 감정연기는 한 치의 빈틈이 없다. 200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체’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베니치오 델 토로의 연기가 돋보인다. 반면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주는 에밀리 블런트는 시간이 흐르면서 존재감을 잃어 아쉽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 정부와 수사기관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영화에 흐르는 배경 음악이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제68회 칸 영화제,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17회 도빌 아시아영화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아 올해의 화제작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2월 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121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