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현장에 직접 가담했던 인물 중 유일한 생존자, 살라 압데슬람(26·왼쪽 사진)의 행적이 여전히 묘연하다. 사건 후 1주일 넘게 프랑스와 벨기에의 합동 수사본부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검거 소식은 없다. 사건의 전말과 벨기에 전역을 옥죄고 있는 ‘압데슬람발(發)’ 추가 테러 위협의 해소가 그의 검거에 달린 형국이다.
미국 CNN방송은 22일(현지시간) ‘살라 압데슬람: 프랑스 긴급수배범의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압데슬람의 사건 당일과 이후 행적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 조명했다.
CNN은 “실제 테러는 10·11구역에서 벌어졌지만 정작 압데슬람이 주차해 있던 18구역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압데슬람이 별도의 공격 수행이나 바타클랑 극장 공격 합류, 또는 브뤼셀로 복귀해 또 다른 테러를 계획하는 것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건 발생 이후 4시간 가까이 수사망 안에 머물다가 지인을 프랑스로 불러 벨기에로 돌아간 그의 행적이 비상식적이며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는 범죄심리 전문가의 분석도 덧붙였다.
당시 압데슬람을 벨기에까지 태워다 준 공범인 함자 아투(21)의 변호인은 벨기에 TV와의 인터뷰에서 “압데슬람은 매우 흥분 상태였고 자폭할 준비가 돼 있었다”는 아투의 증언을 전했다. 또 “압데슬람이 입고 있던 큰 재킷, 아마도 자폭 조끼에 대해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아투는 당시 매우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압데슬람이 벨기에로 돌아온 이후 유사 테러를 꾸미고 있다는 강한 의심에서 최고 등급의 테러 경고가 촉발됐다고 전했다. 19일 브뤼셀 인근 지역에서 전해진 압데슬람의 목격담과 바로 전날 파리 인근 생드니에서 벌어진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8) 검거 작전 당시 압데슬람이 함께 있었다는 상반된 주장이 전해지면서 수사 혼선은 계속되고 있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압데슬람 검거만으로 테러 위협이 사라지진 않는다”면서 “복수의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일간 ‘르수아르’는 당국이 최소 2명의 용의자를 쫓고 있으며 한 명은 파리 테러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압데슬람 이외에 아프리카 동부의 프랑스령 레위니옹섬 출신의 프랑스인 파비앵 클랑(37·오른쪽 사진)이 파리 테러 등 유럽 내 테러 위협을 조장해 온 핵심 인물이라고 21일 보도했다. 1990년대에 이슬람으로 개종한 클랑은 파리 테러를 인정한 이슬람국가(IS)의 프랑스어 메시지를 녹음한 장본인이자 850명에 달하는 프랑스·벨기에 출신 전투원을 관리하는 총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생드니 검거 작전에서 ‘서유럽 최초의 여성 자폭 테러범’이라는 오명을 썼던 아스나 아이트불라센은 실제 자폭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당시 아이트불라센이 폭탄 장치를 몸에 착용하지 않았으며 제삼자가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IS 격퇴를 위해 국제사회가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자폭조끼 입고 유럽 활보?… 사라진 ‘압데슬람 미스터리’
입력 2015-11-22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