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정치 인생엔 ‘상도동계’가 있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은 YS가 1969년 성북구 안암동 자택을 팔고 이사한 뒤 46년 넘게 산 곳이다. 상도동계는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과 그 후신인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등에서 민주계로 불리며 명맥을 이어왔다.
상도동계 1세대는 ‘좌(左) 동영, 우(右) 형우’로 불렸던 김동영 전 정무장관과 최형우 전 내무장관이다. 이들은 YS가 민주화 투쟁을 하던 시절부터 함께해 YS 대통령 만들기에 한평생을 바친 최측근이다.
최 전 장관은 93년 YS 당선 후 요직을 두루 거치며 후계자로 거론될 만큼 정치적 전성기를 맞았지만 김 전 장관은 9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나 YS 당선을 지켜보지 못했다.
2009년 별세한 서석재 전 의원도 68년 YS의 비서로 출발해 정치 인생 대부분을 함께 했다. 164㎝ 키에 조직 관리에 능해 ‘작은 거인’으로 불렸다. 서 전 의원이 89년 강원도 동해시 보궐선거 후보매수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을 때 당시 당 총재였던 YS가 홀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문민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의원도 상도동계 원로로 꼽힌다.
지금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상도동계의 대를 잇고 있다. 김 대표와 서 최고위원 모두 85년 YS가 이끌던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창립 멤버로 참여하면서 정치 경험을 쌓았다.
YS라는 정치적 뿌리를 가진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새누리당 대표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은 뒤 불편한 사이가 됐다.
YS는 과감한 외부 수혈, 세대교체 인사로도 유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를 하던 88년 통일민주당 총재였던 YS의 공천 제안을 받고 부산 동구에 출마해 13대 국회의원에 당선, 정치권에 첫발을 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92년 14대 민자당 비례대표로 영입한 것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로 임명한 것도 모두 YS였다. 지금은 야권 거물이 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역시 93년 보궐선거에서 YS에게 발탁됐다. 이들과 YS의 관계는 정치적으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했고 완전히 결별하기도 했지만 시작은 YS 사람이었던 것이다.
96년 15대 총선에선 개혁 공천의 바람을 타고 ‘YS 키즈’들이 대거 정치권에 들어왔다. 당시 여당과는 거리가 멀었던 민중당 소속 이재오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신한국당 소속으로 ‘배지’를 달았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이때 국회에 입성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관련기사 보기]
[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YS 키즈’ 김무성·서청원 등 상도동계 代 이어
입력 2015-11-22 21:53 수정 2015-11-22 2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