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 가장 큰 명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서비스법 통과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서비스 부문 일자리 창출의 근거로 인용한 한국개발연구원(KDI) 비공개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서비스업 발전의 고용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법 제정해야 한다는 정부=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서비스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며 “서비스산업이 발전하게 되면 우리 청년들이 활기차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최대 69만개 생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월 대국민 담화에서도 “서비스산업 투자와 생산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면 2030년까지 성장률을 0.2∼0.5% 포인트 높이고 취업자를 최대 69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의 규정 범위를 교육·의료 분야까지 확대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등 정부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서비스업의 범위가 공적 성격이 강한 분야까지 확대되면 무분별한 민영화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서비스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근거로 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서비스업 발전해도 취업자 상승폭 크지 않아”=정부의 설명대로 서비스업 발전과 서비스법 제정이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까.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근거는 기획재정부 요청에 따라 지난 4월 KDI가 작성한 ‘서비스업 개혁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다.
보고서는 서비스업이 발전하더라도 “노동 공급이 비서비스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서 전체 취업자 수 상승폭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고 밝혔다. 즉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창출돼도 제조업과 같은 비서비스업에서 고용이 줄어 일자리를 옮기는 효과가 더 클 뿐 전체 고용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고용 창출 수치는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69만개 창출’의 근거는 무엇일까. KDI는 한국의 서비스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점차 수렴할 경우 고용창출 효과를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서비스업이 2030년까지 독일 수준으로 발전할 경우 취업자가 15만4300명 늘고, 미국 수준으로 발전할 경우 69만1700명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취업자를 최대 69만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한 발언은 이 시뮬레이션 분석 부분과 거의 비슷하다. ‘일자리 69만개 창출’은 2030년에 한국 서비스업이 세계 경제 1위인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해야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대통령 발언은 국회에 서비스법 처리를 촉구하기 위한 강조어법으로 읽힌다.
보고서는 서비스법 제정이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와 직결된다고 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오히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서비스업 개혁이 이러한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시뮬레이션의 한계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또 “서비스업 개혁이 향후 노동생산성과 고용,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적으로 추정하기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주요국 대비 서비스업 생산성과 고용, 투자 비중이 낮은 것은 서비스업이 향후 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서비스업 관련 규제 완화, 시장 개방 등 주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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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비스법 통과땐 일자리 69만개 생긴다는데… 과연?
입력 2015-11-22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