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꼬박 걸리던 김장을 한 시간 만에 뚝딱 해치우다니!”
늦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8일 충북 진천 동원F&B 김치공장에서 만난 손동수(66·경기도 고양시)씨는 비닐장갑을 벗으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손씨는 “작업대에 서서 절여 놓은 배추에 버무려 놓은 소를 켜켜이 넣는 것으로 김장이 끝났다”면서 “뒷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되니 너무 편하다”며 앞치마를 벗었다.
올해로 6년째 김장투어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혜련(58·경기 성남시)씨는 “힘 안들이고 김장을 마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맛도 너무나 좋아 올해는 친정어머니도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이씨의 친정어머니 박희정(84·충북 영동)씨도 “정말 김치가 맛있더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동원F&B가 주관하는 김장체험 행사 ‘동원양반아삭김장투어’는 1999년 시작한 이후 주부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귀찮고 번거로운 김장을 나들이 코스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해 12시30분쯤 진천공장에 도착한 참가자 12명은 그날 담근 겉절이와 돼지고기 수육으로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 김장을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1시간이 채 안 돼 김장을 마친 뒤 휴게실에서 고구마 간식까지 대접받았다. 김치는 지정한 날 배달받게 돼 있어 각자 버무린 겉절이 1㎏만을 들고 공장을 나섰다. ‘올 겨울 숙제’를 마친 주부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동원F&B 임영환 진천공장장은 “양반 명품김치는 최상급배추, 영양산 1등급 고춧가루, 참치액젓 등 100% 국내산 1등급 원재료만을 사용하고 있고, 배 대추 잣 밤 등 고명을 풍부하게 넣어 보쌈김치 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지난 16일 시작한 동원양반아삭김장투어는 오는 12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참가비는 1인당 8만5000원. 직접 담근 김장김치 10㎏에 명품겉절이 1㎏을 덤으로 준다. 참가비에는 재료비 외에 교통비, 중식비, 택배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10㎏ 단위로 추가할 수 있어 추가 때마다 6만원만 더 내면 된다. 양이 많아도 공장 직원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1시간 이내 모두 끝난다.
겨우내 먹을 수 있는 김치를 준비하는 김장은 가장 중요한 겨울채비의 하나였다. 여름부터 젓갈을 준비하는 등 정성을 기울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김장투어에 참가하거나 절임배추, 버무려놓은 김칫소 등을 구입해 간편하게 김장을 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아예 사먹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양한 종류의 김치들이 나와 있어 입맛에 맞는 김치를 골라 먹을 수도 있다. 최근에는 국산 재료만을 써서 우리 고유한 맛을 되살린 프리미엄 김치들이 특히 인기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선보인 ‘비비고궁중배추김치’는 조선시대 임금들의 12첩 반상에 오르던 잘 익은 젓국지를 재현한 고급 포기김치다. 젓국지는 배추와 무 등을 썰어서 젓국에 버무린 것으로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다. 2㎏ 2만6900원.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판매하고 있는 ‘워커힐 수펙스 김치’는 조선 후기 서울·경기지역의 상류계층에서 전래되어 온 전통김치의 맛을 되살렸다. 포기김치 500g에 1만2000원, 3㎏에 7만2000원이다. 조선호텔은 맵고 짜지 않은 저염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12월 20일까지 배추김치 10㎏를 19만8000원에서 15만원으로 할인 판매한다.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가족을 위해 김장을 직접 할 계획이라면 대형마트와 일부 전통시장에서 펼치는 특판 행사를 활용해보자. 롯데마트는 12월 2일까지 통큰절임배추(10㎏·1만6900원), 김장용 깐마늘(1㎏·8500원) 등을 특별가격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12월 2일까지 각종 김장재료 및 김장용품을 최대 50%할인 판매하는 ‘김장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서울 광진구 중곡시장 등 전국 260여개 주요 전통시장에서도 12월 초순까지 김장거리를 대폭 세일하는 ‘전통시장 그랜드세일’을 열고 있다. 세일에 참가 하는 시장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www.sema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진천=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나들이 길에 뚝딱… 한시간만에 김장 끝∼ 김치 공장 김장투어 갈수록 인기
입력 2015-11-23 18:48 수정 2015-11-23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