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휠체어에 의지한 손명순 여사 “안 추웠는데, 춥다…”

입력 2015-11-22 21:17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가 22일 남편의 빈소로 들어서기 위해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서 일어서고 있다. 김지훈 기자

“안 추웠는데, 춥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65년 반려자인 손명순 여사는 22일 남편의 서거 소식을 듣고 나직이 이 말만 되풀이했다.

김 전 대통령은 새벽에 숨을 거뒀지만 가족들은 동튼 뒤인 오전 7∼8시쯤 손 여사에게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손 여사가 충격을 받을까 우려해서였다. 차남 현철씨는 “아침에 말씀을 드리고 왔다. (어머니한테) 쇼크가 올 것 같아서…”라고 했다. 서거 당시 손 여사는 상도동 자택에 머물러 YS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오전 10시15분쯤 휠체어를 타고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현철씨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안내를 받아 빈소에 입장했다. 빈소의 정치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손 여사는 다소 거칠게 숨을 내쉬며 두 사람의 부축을 받아 내실로 들어갔다.

셋째 딸 혜숙씨는 “(어머니는 평소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 (아버지 서거) 얘기를 들으시고 충격을 받아 몸이 무척 힘들다. 손도 막 떨렸다”면서 “평생 아버지만 믿고 살아왔는데 상심이 크다”고 했다. 내실에 6시간쯤 머물던 손 여사는 오후 3시54분쯤 차를 타고 장례식장을 떠났다.

YS는 서거 당시 거의 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별도의 유언은 남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종은 현철씨 등 가족이 지켰다. 현철씨는 “반(半)수면 상태로 계셔가지고…”라고 했다.

다만 현철씨는 YS가 남긴 사실상의 유언이 ‘통합과 화합’이었다고 전했다. 현철씨는 “2013년 이 병원에 입원했던 뒤부터 말씀을 잘 하지 못하셨지만 (입원 당시에는) 필담 식으로 글씨를 좀 쓰셨다”며 “거기서 통합과 화합을 딱 쓰시더라”고 했다.

현철씨는 당시 YS가 평소에 쓰지 않던 두 단어를 보고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 없이 글씨를 손으로 가리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거”라고만 했다는 것이다. 현철씨는 “처음 그런 말씀을 하셨다. 그러고 나서는 말씀도 못하시고 필담도 포함해 일체 대화가 안 됐다”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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