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철저한 주일 성수… 해외 순방 때도 현지 선교사와 예배

입력 2015-11-22 19:25 수정 2015-11-22 21:21

서울 충현교회 장로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국교회 주요 인사들과도 가깝게 지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로 인해 꺼내놓기 힘든 고민도 털어놓고 ‘하나님이 원하는 방향’에 대해 상담을 받기도 했다. 그와 각별한 친분을 유지했던 인사들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진 22일 마음 깊이 애도하며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렸다.

충현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신성종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집사일 때의 모습부터 장로가 된 과정, 장로가 된 이후의 삶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고 말한 뒤 그와의 일화를 담담한 목소리로 전했다.

신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은 주일 예배를 거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된 뒤 해외순방을 나가서도 현지 선교사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다”며 “기도를 할 때는 매번 종이에 자필로 기도문을 써서 읽는 등 항상 준비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섬겼다”고 회상했다.

손명순 여사의 신앙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손 여사는 매주 수요일마다 교회 기도실에서 예배를 드리고 기도했다”며 “기도할 때마다 두루마리 휴지를 한 통 준비해 흐르는 눈물을 닦는데 썼다”고 회고했다.

김차생(76) 전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 이사장 역시 김 전 대통령의 ‘주일 성수’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충현교회 은퇴장로인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대통령 재임기간 청와대 종교담당 특보로 근무했다. 김 전 이사장은 “신앙의 가정에서 성장한 김 전 대통령은 예배 출석만큼은 철저한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충현교회에 출석하려 했지만 경호원과 기자, 민원인 등이 몰려오는 바람에 예배에 방해가 되자 청와대로 목사들을 초청해 예배를 드렸다”고 말했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청와대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김 전 대통령은 ‘청와대 예배’를 멈추지 않았다. 퇴임 후에는 특정 교회에 적을 두지 않고 서울 상도동 자택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김 전 이사장은 전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은 본인이 주일 성수에 엄격했던 만큼 주일에 치러지던 국가고시의 시험일정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교 없이 대학원만 운영하는 ‘단설대학원 제도’를 만들어 신학대학원 설립을 쉽게 했고, 사립학교에서 특정 교리를 가르쳐선 안 된다는 당시 대통령 자문기구 교육개혁위원회의 결정도 되돌리는 등 기독교 발전에 기여했다”고 전했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은 2000년 발간한 저서 ‘김장환 목사 이야기-그를 만나면 마음에 평안이 온다’에서 김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목사는 “김 전 대통령은 장로였기 때문에 어떤 대통령보다 친분이 깊었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내게 전화를 해 상의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논란이 됐을 때 김 목사는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함께 청와대로 찾아갔다. 조 목사는 김 전 대통령에게 현철씨를 구속해야 한다는 취지로 고언을 했고 김 전 대통령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얼마 후 현철씨는 구속됐다. 김 목사는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천국에 서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며 “고인처럼 한국교회 성도들도 이 나라가 더 민주화되도록 기도로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전했다.

이용상 전병선 최기영 양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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