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이 전해진 22일 그가 살았던 동네, 그가 다녔던 교회, 그리고 SNS와 각계각층 시민들 사이에선 고인을 기억하고 그리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 전 대통령이 1969년부터 터를 잡고 40여년간 살아온 서울 동작구 상도동은 조용하게 그를 추모했다. 김 전 대통령 자택 건너편 집 등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상도동은 우리 정치사에 ‘상도동계’라는 단어를 깊게 각인시킨 곳이다.
상도동 이웃들은 그를 마음씨 좋고 소탈한 어른으로 기억했다. 주민 정승호(44)씨는 “김 전 대통령은 동네를 오가다 마주치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던 인간적인 분이었다”고 전했다. 오석구(67)씨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된 날 동네가 그야말로 잔칫집 분위기였다”며 “더 오래 살아서 많은 일을 하셨어야 하는데 애통하다”고 말했다. 하동연(73)씨는 “민주화에 공헌한 분과 같은 동네에 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을 느꼈다”며 “대통령이 되고도 고향 같은 상도동에 특혜를 주는 일은 일절 없이 공명정대했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이 다녔던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에선 차분하게 주일예배가 열렸다. 예배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지만 교인들은 대통령 당선 전까지 이곳에서 장로로 활동했던 김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했다. 이상근(66) 장로는 “늘 가족과 함께 앞자리에서 예배를 드렸고 교회 안에서는 말이 별로 없었다”며 “민주화운동이나 정치에 대해서는 일절 표 내지 않았고, 묵묵히 어려운 이들을 챙겼다”고 추억했다. 교인들은 “김 전 대통령 부부는 검소했고 교회 일에 아주 열심이었다”며 “김장철마다 손명순 여사가 앞장서서 교회 김장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고향에서 멸치 등 먹을거리를 교회 식당에 공수해 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고인의 영면을 기도했다. 김영호(65)씨는 “20대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대한민국 정치계를 좌지우지했던 분이어서 감회가 남다르다”고 아쉬워했다. 송모(55·여)씨는 “금융실명제 시행은 국민에게 가장 가깝게 영향을 주고 호응을 받았던 정책”이라며 “좋은 곳으로 가시기를 빌겠다”고 했다.
온라인에도 애도하는 글이 잇따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SNS에 추모 글을 올려 “대한민국의 큰 산, 큰 별이 졌다”고 애도했다. 박 시장은 “민주화, 문민, 개혁을 위한 88년의 삶. 우리는 어른을 잃었다”며 “‘대도무문’ 고인이 우리에게 남긴 큰 뜻, 남은 사람들이 무겁게 행동해가겠다. 1000만 시민과 함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김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과 민주화추진협의회 활동을 하던 시절에 30대 초반의 젊은 인권변호사로서 요청을 받고 성명서를 작성했던 인연이 있다고 했다.
한 네티즌은 “한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느낌”이라며 “그야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네티즌은 “민주화의 토대를 닦은 공은 절대 과소평가돼선 안 될 것”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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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2 21:40 수정 2015-11-22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