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외신들은 30여년에 걸친 군정(軍政)에 종지부를 찍은 ‘문민정부’의 대통령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화 운동을 이끈 야권 지도자로서의 정치 역정과 1993∼98년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과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치 군인들을 숙청하고 금융실명제를 통해 금융거래 투명화를 이뤄내는 등 한국의 개혁을 이끈 지도자였다”며 김 전 대통령이 1979년 5월 자신들과의 인터뷰를 빌미로 박정희 정권에 의해 국회에서 제명을 당한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또 1960년대에서 1980년대를 풍미한 ‘3김’ 중 한 명이라는 것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맞수 관계를 비롯해 외환위기 이후 레임덕을 맞으며 취미인 조깅을 그만둔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 CNN방송은 김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온건 성향의 야당 지도자이자 민주화 운동의 대변자였다고 보도했다. 또 대통령으로서는 정부 개혁과 정치 부패 척결에 힘썼으나 임기 말기에 외환위기로 부침을 겪었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전 대통령의 공과를 모두 소개하며 문민시대라는 정치적 전환기를 열었음에도 1997∼98년 외환위기로 따가운 비판을 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BBC방송은 김 전 대통령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한 일을 비롯해 재임 당시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둘러싸고 안보 위기가 벌어졌던 일화 등을 전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군부 독재에 맞섰던 민주화 투사”라고 김 전 대통령을 묘사했다.
일본과 중국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다뤘다. 일본 NHK방송은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요약하면서 “(재임 시절)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다케시마(독도) 문제 등을 놓고 어색한 관계가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신화통신 역시 서거 직후 김 전 대통령이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속보를 전하며 1954년 역대 최연소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김 전 대통령의 이력 등을 소개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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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軍政 종식시킨 문민 대통령… 한국의 개혁 이끈 지도자”
입력 2015-11-22 21:44 수정 2015-11-22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