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내부에선 대체 무슨 일이] “큐” 사인에 참수… IS 리얼리티 공포쇼

입력 2015-11-22 22:23
미국의 고위 정보 당국자는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IS)의 미디어 홍보 영상과 이미지들에 “그냥 찍은 게 아니라 큐 시트(촬영대본)에 따라 아주 정교하게 진행된 ‘미디어 작전’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S가 홍보물을 통해 스스로를 브랜딩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이 군사집단이 아니라 코카콜라나 나이키 같은 다국적 회사로 착각하게 할 정도로 최첨단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WP는 최근 모로코 감옥 등에 붙잡혀 있는 전직 IS 미디어 담당자들과 정보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IS가 미디어 홍보 활동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IS는 전 세계 곳곳에서 잘나가는 미디어 관계자들을 영입하거나 자원을 받아 미디어 부서에 배치하고 있다. 이들은 2개월 정도의 교육을 통해 자체 ‘미디어 철학’을 주입시킨 뒤 일선에 배치한다. 배치 때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과 캐논 카메라, 먼 곳을 이동할 수 있는 도요타 자동차를 지급한다. 열성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대우도 파격적이다. 정원이 딸린 주택을 주는가 하면 일반 전사들에 비해 7배 정도 많은 월 700달러(약 80만원)의 월급과 면세혜택을 부여한다.

IS의 미디어 본부는 시리아 알레포 근처 주거지역의 2층 건물에 있다. 이곳에서 해커와 엔지니어 등 100여명이 일하며 이들이 IS의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도 편집한다.

아부 하제르라는 IS 출신 미디어 관계자는 WP에 “한번은 시리아 정부군 처형장에 불려갔더니 나 말고 숱한 IS 미디어 담당들이 와 있더라”면서 “놓치는 장면 없이 다각도로 영상을 찍기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참수는 IS 대원이 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 감독이 ‘처형하라’고 큐 사인을 줘야만 집행된다. WP는 이에 대해 “IS의 처형 장면 녹화작업은 마치 (처형 장면이 많은)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리얼리티 쇼’ 제작현장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킬리엄 그룹의 분석가 찰리 윈터는 “IS의 동영상이 시리아, 리비아, 아프가니스탄, 서아프리카 등에 퍼진 최소 36곳에서 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IS가 이처럼 홍보활동에 공들이는 이유가 실제 국가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때 경쟁관계이던 알카에다에 비해 훨씬 수준 높은 홍보물을 통해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단체임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다.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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