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 12’ 초대 챔프 등극] 한국야구도 ‘大道無門’

입력 2015-11-23 04:08
한국 야구 대표팀이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8대 0 대승을 거두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뒤 김인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것이 한국 야구의 힘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은 지난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8대 0 완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각종 악재와 주최국 일본의 꼼수에도 끈끈한 팀워크와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사실 한국의 이번 대회 우승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거뒀던 앞선 국제 대회 때와는 달리 팀 구성에도 난항을 겪으며 역대 최약체란 평가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김인식 감독은 이대은(지바롯데), 이태양(NC), 조무근(kt), 조상우(넥센) 등 이전까지 성인 대표팀에 뽑힌 적 없던 젊은 투수를 과감히 선택했다. 우려와 달리 이들은 우승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대은은 김광현, 장원준(두산)과 함께 대표팀 선발진의 한축을 맡았다. 베네수엘라전 승리투수에 이어 준결승전인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3.1이닝 동안 95구의 역투를 펼치며 우완 투수가 부족한 대표팀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선수임을 증명했다. ‘영건’들이 합류한 불펜진도 마찬가지였다. 불펜진은 3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0.79의 철벽을 자랑했다.

김 감독은 비교적 약한 선발 투수 사정과 짧은 기간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경기일정 등을 고려해 매 경기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갔다. 자연스럽게 많은 투수들에게 기회가 갔고, 대표팀에 뽑힌 13명의 투수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숙제도 있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가 남긴 한국 야구의 숙제로 아이러니하게 ‘투수’를 꼽았다. 이번 대회 평균자책점 1.93의 엄청난 성적을 올린 마운드였지만 김 감독의 눈에 보인 실상은 ‘선발 투수의 부재’와 ‘강속구의 실종’이었다.

김 감독은 “일본 투수들이 던지는 것처럼 발전해야 한다. 우리 투수들이 짧게 던지며 위기를 면하고 있을 뿐이다”며 ‘뼈 있는 말’을 남겼다. 그는 “오타니 쇼헤이와 일본 투수들을 보면 하체가 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다. 온몸으로 만든 힘을 온전히 팔에 실어내는 모습이다. 우리도 그런 훈련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엔 류현진·김광현 세대 이후 뚜렷한 선발투수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대형투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국내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하는 구단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어느 순간부터 외국인 선발 2명을 원투펀치로 기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김 감독은 “국제대회 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상대방 투수들이다. 우리 타자들이 잘 치기도 하지만, 그 빠른 공과 변화구들을 보면 많이 부럽다”며 “앞으로 국내에서도 선발투수들이 양성돼야 한다. 좀 더 신경 써서 투수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