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중총궐기 대회’ 주최 단체를 폭력시위의 배후로 보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본부는 설립 20년 만에 처음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이 시위 폭력을 강조하는 여론몰이를 통해 과잉진압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1일 오전 7시 반쯤부터 오후 1시10분쯤까지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등 8개 노동단체 사무실 12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을 폭력시위 배후로 지목하고 증거 확보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보도자료에서 “민주노총과 그 지시를 받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폭력 시위를 사실상 기획하고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본부 압수수색은 1995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전국금속노동조합 본부와 서울지부,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도 압수수색을 당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뿐 아니라 4월 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 집회와 같은 달 24일 총파업, 5월 1일 노동절 및 세월호 집회, 9월 23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등 올해 열린 대규모 집회 관련 자료를 광범위하게 확보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경찰 무전기와 진압헬멧, 손도끼, 망치, 밧줄 등을 발견해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또 14일 집회 당일 은평구 녹번동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광화문 시위 현장까지 밧줄과 사다리 등을 실어 나른 차량 3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민중총궐기 대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도피 등과 관련해 189명을 수사 중이다. 시위 현장에서 체포한 51명 중 6명이 구속됐고, 44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고등학생 1명은 훈방됐다. 한 위원장 도피를 도운 2명 중 1명은 구속하고 나머지 1명은 체포영장을 받아 추적 중이다. 채증 자료로 폭력시위 사실 및 신원이 확인된 90명과 시위 참가 단체 대표 46명 등 136명에게는 출석을 요구했다.
경찰청은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경찰관 15명으로 민사소송 준비팀(TF)을 구성해 경찰 측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준비 중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 물대포를 맞아 사경을 헤매는 농민에게 한마디 사죄도 없던 경찰이 공안 탄압으로 비난을 모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등 53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강신명 경찰청장 파면을 촉구했다. 일부는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으로 옮겨 2차 집회를 열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경찰, 민주노총 전격 압수수색… 민주노총 “사죄없이 공안탄압”
입력 2015-11-22 20:27 수정 2015-11-22 2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