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46)씨는 지난해 4월 104억원 규모의 게임머니를 불법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부산지법의 한 2심 재판부는 지난 5월 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기소부터 2심 선고까지 1년1개월쯤 걸렸다. 최씨는 같은 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그런데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2심 재판장이 판결문에 자신의 서명 날인을 빠뜨린 사실이 드러났다. 형사소송법상 판결문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 날인해야 한다. 서명이 빠지면 위법 판결로 본다.
결국 최씨는 대법원의 법리 판단을 받지 못하고 다시 2심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최씨 사건에 대해 “사건을 부산지법에서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은 재판장을 제외한 법관 2명만이 작성한 판결문에 의해 선고한 것이라 위법하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는데도 5개월가량이 걸렸다. 담당 재판부는 변경됐지만 최씨는 다음 달 항소심 첫 공판을 받기 위해 다시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기소된 지 이미 1년7개월이 지난 상황이다.
판사가 판결문 서명을 깜빡해 피고인이 다시 재판을 받게 된 건 올해 들어 알려진 사례만 세 번째다. 피고인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형사 재판의 비용을 증가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 ‘깜빡’… 또 재판
입력 2015-11-22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