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이 내년 1월 29일로 10주기를 맞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을 조명하는 ‘백남준 그루브_흥(興)’ 전시를 열고 있다. 4월 재개관 이래 대관만 해오다 야심 차게 선보인 첫 기획전이다.
많은 사람이 백남준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대표작인 인공위성 TV쇼를 제대로 봤거나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해외에서 활동하던 그가 1984년 방한해 한국인에게 자신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던 인공위성 TV쇼 ‘굿모닝 미스터 오웰’만 해도 그렇다.
이번 전시에는 국가적인 스포츠 이벤트마다 그가 선보였던 위성쇼를 모두 볼 수 있다. 86년 ‘바이 바이 키플링’ 위성TV쇼에서는 “2000원! 골라, 골라!”라고 외치는 남대문시장 호객꾼이 새삼 눈길을 사로잡고, 88년 ‘손에 손잡고’ 위성TV쇼에서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결투가 코믹하다. TV 수상기의 가로주사선과 세로주사선의 교직을 ‘옷감’을 통해 보여주는 ‘버튼 해프닝(1963)’ 등 미국영상자료원(EAI)과 미국 백스튜디오에서 대여한 희귀 자료도 대거 소개된다.
대표적인 TV로봇 작품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 중인 ‘보이스 복스(Beuys Vox)’ ‘피버 옵틱(Phiber Optik)’이 나들이 왔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에 설치되었던 ‘호랑이는 살아 있다-월금(사진), 첼로’도 전시장으로 옮겨왔다. 동서양을 상징하는 현악기인 월금과 첼로를 모티브로 한, 두 점의 설치작품인 ‘호랑이는 살아 있다’는 같은 건물 내에서 옮겨오는데도 해체와 재설치에 수천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좌우간 당신이 나의 TV를 보게 된다면 제발 30분 이상 지켜보길 바란다”는 생전 백남준의 주문에 따라 작품을 오래 감상할 수 있도록 의자를 마련하기도 했다. 기획자 의도에 따라 해석을 가하기보다는 편집하지 않고 충분히 친절하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전시다.
내년 1월 29일까지. 성인 9000원, 어린이·청소년 4000원. 티켓 한 장으로 2회 입장이 가능하다(02-399-1000).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백남준 TV로봇·인공위성쇼 한자리에… 10주기 맞아 내년 1월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기획전
입력 2015-11-22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