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前 대통령 서거] 거칠고 직설적 승부사 기질 역력 YS의 어록

입력 2015-11-22 21:18

“민주 제단에 피를 뿌리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나를 제명하면 박정희는 죽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79년 유신시절 국회의원직 제명 후 이 말을 내뱉었다.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식을 드러낸 대표적인 발언으로 회자되는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굴곡 많은 그의 정치 역정에서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승부수를 던지곤 했다.

◇민주화 열망=김 전 대통령은 70년대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79년 무장경찰의 신민당사 난입사건 때 그는 “암흑적인 정치, 살인정치를 감행하는 정권은 필연코 머지않아서 반드시 쓰러진다. 방법도 비참하게 쓰러질 것이라고 예언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에서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83년 5월 전두환정부에 의한 2차 가택연금 때는 “힘으로 막을 수 있다, 내가 가려는 민주주의의 길을. 그러나 민주화를 향한 내 마음을 전두환이가 뺏지는 못한다”고 일성을 날렸다. 그는 그로부터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였다.

‘6월 항쟁’이 있었던 87년에는 “산행 도중 많은 낙오자가 있다. 민주화도 이와 같다. 민주화의 길은 그만큼 고행의 길이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민주화 산행에 있어서 최종 고지의 200m 전방에 와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회 단식농성 중에는 “대통령 후보 지명은 축제 속에 이뤄져야 한다. 박종철군 사건으로 온 국민이 우울한 지금, 민정당의 6·10 전당대회에서 하는 대통령 지명대회는 초상집에서 춤을 추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87년 대통령 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선거혁명을 통한 민주화가 내 지론이었으나, 이 정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나는 박정희 정권을 타도시킨 사람이다. 기필코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타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도무문(大道無門)=김 전 대통령은 평상시 자신의 정치좌우명 ‘대도무문’(바른 길로 나갈 때에는 거칠 것이 없다)을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 후 공직자 청렴성을 강조하며 “국가기강 확립의 대도(大道)는 하나도 윗물 맑기요, 둘도 윗물 맑기”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승부사적 기질도 묻어난다. 그는 금융실명제를 발표할 때 “이 시간 이후 모든 금융거래는 실명으로만 이루어진다”며 대국민 특별담화를 통해 전격 발표했다. 발표 후 측근들에게도 “깜짝 놀랐쩨”라고 말했다고 한다. 공직자재산공개 역시 “우리가 먼저 깨끗해져야 한다. 솔선해야 한다는 각오 아래 오늘 나의 재산을 공개한다”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오른팔로 불린 최형우 당시 민자당 사무총장 아들의 대입 부정 사건 때는 “우째 이런 일이…”라고 한 발언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95년 일본 정치인의 망언이 잇달아 터져 나오자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성토했다. 2008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공천파동으로 김무성 당시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때도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