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결문에 서명 날인도 안한 얼빠진 판사들

입력 2015-11-22 18:39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을 빼먹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발생했다. 대법원 3부는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파기환송 사유는 항소심 판결의 오류가 아니라 재판장이 판결문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재판부의 황당한 실수로 피고인이 다시 같은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문제는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런 실수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에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항소심 판결문에 재판장과 다른 법관 1명의 서명날인이 누락된 사실이 대법원에서 드러났다. 지난 7월에는 업무상배임 등 혐의를 받은 이모씨의 1심 판결을 한 판사가 판결문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은데 이어 2심 재판부도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대법원에서야 발견된 경우도 있다.

형사소송법 41조는 ‘재판서에는 재판한 법관이 서명날인해야 한다. 재판장이 할 수 없는 때는 다른 법관이 그 사유를 부기하고 서명날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을 줄이겠다며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일선에선 재판의 ‘ABC’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 중의 기본도 모르는 얼빠진 재판부의 판결에 누가 승복하겠는가. 대법원은 상고법원 추진에 앞서 하급심 강화 방안부터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법원의 설자리도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