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라카에 살던 두아(20)는 지난해 7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대원으로부터 남편이 순교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리아 정부군에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켜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두아에게 열흘 뒤 또 다른 전사가 왔다. 그는 그녀에게 지금 당장 결혼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슬람 율법에서 과부는 남편 사망 뒤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재혼이 가능한데도 막무가내였다. 두아는 IS 고위 사령관에게 “슬픔에 빠진 순교자 아내한테 이럴 수 있느냐”고 항의했지만 사령관의 답변은 더 기가 막혔다. 그는 “너는 보통 과부가 아니라 순교자의 아내다. 남편이 순교했으면 기뻐해야지 왜 슬퍼하느냐”면서 지시에 따르라고 했다.
그제야 두아는 자신이 자살폭탄 테러로 계속 숨져갈 대원들의 ‘임시 아내’인 것을 깨달았고 탈출을 결심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IS의 수도인 라카에서 살다가 올봄 탈출한 시리아 여성 3명을 인터뷰해 21일(현지시간) 보도하면서 “시리아 여성 대부분이 탈출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아와 그의 사촌인 아우스(25)는 IS 대원과 결혼한 상태였고, 유프라테스대 학생이던 아스마(22)는 미혼이었다. 세 여성은 IS 산하의 ‘여성 규찰대’ 대원으로 활동한 경험도 갖고 있었다.
두아와 아우스는 지난해 초 IS 대원과 결혼했다. 가족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결혼 요구를 받아들였다. 강제 결혼이었지만 정을 붙이며 살았는데, 희한하게도 남편들이 모두 피임을 요구했다. IS 사령부가 ‘아이가 생기면 자살폭탄 테러 때 망설일 수 있다’면서 그렇게 명령했기 때문이었다. 둘은 몇 개월 살지도 못한 채 남편들이 ‘순교’해 과부가 됐고, 이후에도 ‘재혼’과 ‘과부’가 반복됐다.
두 기혼 여성은 남편이 IS에 몸담고 있어서였지만 아스마는 ‘돈과 권력’ 때문에 규찰대에 가입했다. 규찰대원이 되면 월급을 받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특전이 생긴다. 여성 규찰대는 복장이 불량하거나 화장을 한 여성을 찾아내 처벌했다. 복장 불량은 채찍질 20대, 화장은 5대에 처해졌다.
라카에서 시리아인은 2등 국민이라고 그녀들은 전했다. IS 고위층인 이라크인과 외국인 전사들에 치여 늘 홀대를 받았다. 외국인 전사라면 여성일지라도 행동이 자유롭고 대우도 좋았다.
하지만 아스마는 “IS 생활이란 게 ‘살인기계’나 다름없는 삶인데 지난해 영국의 10대 소녀 셋이 IS에 합류했다고 멋모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불쌍했다”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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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2 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