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가 시속 50㎞의 속도로 서울 강남 도로 위를 달렸다. 서울 도심의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운행된 것은 처음이다.
자율주행 장치를 장착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가 22일 오전 서울 영동대교 남단-영동대로-코엑스까지 3.2㎞ 구간을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했다. 영동대교 남단을 출발한 자율주행차는 중간 지점인 서울 경기고 앞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을 태우고 다시 자율주행해 목적지인 코엑스에 무사히 도착했다.
자율주행차는 속도제한 교통표지판을 인식해 속도를 조절했고, 신호등을 인식해 빨간불에는 차량을 정지했다. 차선 유지는 물론 옆 차량을 추월했다가 다시 기존 차선으로 복귀하는 등 11개의 미션을 수행했다. 1.5㎞ 정도를 시승했던 최 장관은 “짧은 구간이었지만 자동차가 이렇게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번 자율주행은 교통을 통제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일반 자동차들이 달리는 실제 도로에서의 자율주행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기존에 선보였던 기술보다 진일보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고성능 GPS와 정밀지도, 전·후·측방 레이더 및 카메라로 주행환경을 인식하고,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주변의 교통흐름 상황에 맞는 안정적인 주행 경로를 생성한다. 또 생성된 최적 경로와 주변 상황을 통합해 차량을 부드럽고 정확하게 제어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층 빌딩이 많은 지역에서 GPS가 제대로 작동해서 자율주행이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 내 도심 서킷(경주로)에서 혼잡한 도로 상황에서 끼어들기 등 ‘혼잡구간 주행지원 시스템(TJA)’을 선보였고, 다음 달 출시되는 ‘제네시스 EQ900’에는 고속도로주행지원시스템(HDA)을 장착하게 된다.
현대차가 강남 도로에서 선보인 기술은 자율주행 기술 단계 중 2∼3단계로 평가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자동화 수준을 1∼4단계로 분류한다. 4단계가 완전한 자율주행 단계다. 현재 구글이 실험 중인 무인자동차가 3단계 초기 기술로 평가되며, 현대차를 비롯한 도요타 벤츠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 대부분이 2∼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차는 2030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EQ900’에 적용한 HDA는 자율주행 2단계 초기 기술로 평가된다. 고속도로에서 HDA 버튼을 누르면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경로와 차선을 변경하지 않고 차량이 앞차와의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면서 주행이 가능하다. 일종의 진일보한 스마트 크루즈 기능이다. 다만 만일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HDA가 작동하는 상태에서도 운전자는 핸들에서 손을 떼면 안 된다.
자율주행 시범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2015 창조경제박람회’(26∼29일 코엑스 개최) 사전 행사로 마련됐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자동차가 사람 대신 자동으로 구난센터에 신고하는 시스템이 2018년쯤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정면충돌 시 시속 48.3㎞, 부분 정면충돌 시 시속 56㎞, 측면 충돌 시 시속 50㎞ 이상인 사고에서 작동하게 된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자율주행차, 강남 빌딩숲 3.2㎞ 질주… 서울 한복판 도로 최초 주행
입력 2015-11-22 1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