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서 이 길로는 더 이상 못 다니겠어요.”
직장인 나모(51·여)씨는 출근길에 서울 도심을 지날 때마다 운전대를 꽉 쥐게 된다고 했다. 갑자기 눈앞에 튀어나오는 버스 때문에 사고가 날까 걱정돼서다. 종로로 출근하는 나씨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동대문구 신설동역 교차로를 지나야 한다. 그때마다 버스가 나씨 앞을 가로막는다.
교차로를 지나는 상당수 버스의 노선은 중앙버스차로에서 곧바로 우회전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3개 차로를 가로지르다시피 한다. 출근시간대에는 늘어서 있는 차 사이로 버스가 비집고 들어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버스가 차로 전체를 가로막고 서 있는 모습도 종종 목격된다.
2004년부터 시행된 중앙버스차로는 그동안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서울시내 중앙차로 승차대는 763개로 가로변 승차대(1489개)의 절반을 넘는 수준까지 늘었다. 통행량이 많은 시내에서 중앙버스차로 도입 후 교통 흐름이 좋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중앙차로에서 우회전하는 버스가 옆 차량과 부딪히거나, 일반도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이 마주 오는 버스와 부딪힐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앙차로로 건너가는 횡단보도의 길이가 짧아 무단횡단을 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은 매일 1건 정도씩 중앙버스차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중앙버스차로 교통사고는 모두 292건으로 10명이 사망하고 624명이 다쳤다. 같은 기간 서울시내 교통사고 치사율을 크게 웃돌았다. 도로교통공단 김중효 연구원은 “중앙버스차로는 정류장이 도로 중간에 있어 보행자가 차량에 노출되는 경우가 일반도로보다 많다. 차와 사람이 부딪히는 경우가 다른 사고 유형보다 훨씬 많아서 치사율이 높다”고 했다.
사고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시는 중앙분리대, 방호울타리 등을 설치하고 나섰다. 다만 교차로 구간의 사고엔 속수무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가 차로를 변경할 때 필요한 이동거리를 계산해 반영하고, 장기적으로는 교차로에서 차로 변경이 불필요하게끔 노선을 조정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심희정 기자
[기획] 중앙차로, 버스 우회전 아찔… 교차로 구간 차 엉키고 곡예운행
입력 2015-11-23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