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YS) 전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달리 불편한 관계를 이어갔다. 유신 반대와 민주화 투쟁에 진력해 왔던 만큼 박 대통령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악연이 깊었던 탓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전 대통령은 차남 현철씨 공천 문제로 박 대통령과 2대(代)째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박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계기는 박 전 대통령 재평가 움직임이 일면서부터다. 박 대통령이 정계 입문하고 1999년 한나라당 부총재를 맡은 시점에 김대중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과거와의 화해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자 김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독재자가 독재자를 칭찬하는 것은 참으로 가소롭다. 의회민주주의를 주장한 사람도 집권 후 독재자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 역시 김 전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당시 “자신이 한 일은 옳고 남이 한 일은 모두 잘못됐다는 식의 자세는 반사회적이다. 이런 성격으론 정치인이나 지도자가 돼선 안 된다”고 한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사석에서도 박 대통령을 “독재자의 딸”이라 폄하하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한동안 두 사람의 갈등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다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계기로 점화된다. 김 전 대통령이 이명박 당시 후보에 대해 공개지지 선언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이 결정적으로 틀어진 것을 2012년 4월 19대 총선에서 찾는 시각도 많다. 김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차남 현철씨가 원내로 입성하는 것을 마지막 소원으로 삼았다. 하지만 그해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였던 새누리당 공천에서 현철씨가 탈락하자 김 전 대통령은 커다란 실망감과 좌절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은 그해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박 대통령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7월 서울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와 대화를 나누던 중 박 후보를 ‘칠푼이’라고 힐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며 “토끼(김문수)가 사자(박근혜)를 잡는 격”이라고 하자 “그건 사자도 아니다. 칠푼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한 달 뒤인 2012년 8월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분간 ‘의례적’ 덕담만 나누며 어색한 만남을 가지는 데 그쳤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3년 2월 박 대통령 취임식 이후로 한 번도 없었다.
쿠알라룸푸르=남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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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22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