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차 초고령화 시대에 성체 지방줄기세포가 치료의 신기원을 여는 기폭제가 될까? 성체 지방줄기세포가 퇴행성관절염 치료자원으로써 손색이 없다는 것을 국내 한 민간병원 의료진이 잇달아 증명해 세계 의학계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 강남연세사랑병원 고용곤·권오룡 원장팀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49명의 무릎관절 55개에 관절경으로 성체 지방줄기세포를 주입하고 지켜본 결과 손상됐던 연골이 되살아나고 관절염 증상도 눈에 띄게 완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3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스포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슨(AJSM) 9월호에 게재됐다. AJSM은 정형외과 분야 임상의학 저널 가운데 인용지수(Impact factor)가 가장 높아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다.
이로써 고용곤·권오룡 원장팀이 정형외과 분야 SCI급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성체 지방줄기세포 관련 연구논문은 14편으로 늘었다. 진료를 최우선으로 삼는 민간병원에서 이렇게 열심히 연구활동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강남연세사랑병원의 연구 활동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다.
고 원장팀은 성체 지방줄기세포의 연골재생 및 관절염 증상개선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 대상 환자의 ‘IKDC’ 지수와 ‘테그너’(Tegner) 점수, 환자 만족도 등을 측정했다. IKDC’ 지수는 무릎관절의 기능회복 정도, 테그너 점수는 활동성을 평가하는 척도다.
연구 결과 IKDC 지수는 수술 전 37.3점에서 수술 후 67.3점, 테그너 점수는 수술 전 2.2점에서 수술 후 3.8점으로 높아졌다. 환자 만족도도 조사 대상 환자 중 43.6%가 매우 우수, 30.9%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그저 그렇다(20.0%)와 안 좋다(5.5%)는 의견은 전체의 25.5%에 그쳤다. 효과가 있었다는 쪽이 10명 중 7.5명에 이른다는 얘기다. 특히 환자의 나이가 60세 이하일 때 효과가 더 좋게 나와 눈길을 끌었다.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을 보호하는 연골이 노화 혹은 무리한 활동으로 손상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연골은 혈액이 닿지 않아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고, 쓰면 쓸수록 닳는 성질이 있다.
퇴행성관절염 초·중기를 지나 말기가 되면 연골이 다 닳고 뼈와 뼈가 맞닿아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말기에는 연골이 남아있지 않아 재생치료보다 인공관절 수술이 효과적이다. 연골손상이 심하지 않은 퇴행성관절염 초·중기에는 주로 시큰한 무릎통증과 계단을 오르내릴 때 불편하고 아픈 증상을 느낀다. 이 때 관절이 더 망가지지 않게 하려면 약물 및 물리치료, 운동치료, 관절경 수술과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 치료가 필요하다.
줄기세포 치료는 연골 상태, 환자의 연령과 몸 상태에 따라 환자 자신의 골수와 지방에서 뽑은 것을 이용하는 방법과 타인의 제대혈(탯줄혈액)에서 추출한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지방이나 골수를 이용한 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은 환자의 신체 조직을 활용하므로 별다른 거부반응이나 부작용이 없다. 특히 지방 줄기세포는 골수 줄기세포와 달리 별도의 배양과정을 거치지 않고 많은 양의 세포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권 원장은 “무릎 연골이 다 닳아 없어지면 자체 재생이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최대한 말기를 피해 초·중기에 발견, 치료를 해야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며 “이 때 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 원장도 “관절경을 이용해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무릎연골에 지방 줄기세포를 주입하면 연골재생 효과와 더불어 줄기세포에 포함된 많은 단백질이 염증을 가라앉혀 통증이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성체 지방줄기세포 연구…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치료 신기원 열까?
입력 2015-11-23 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