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의 전설’ 최승희 헌정공연이 프랑스에서 열린다. 22일(현지시간) 프랑스 북서부 도시 사흐조와 24일 셰르부르, 그리고 28∼29일 파리에서 ‘동양의 이사도라 던컨, 최승희’라는 타이틀 아래 양성옥(61)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최승희 춤을 재연한다.
한국 신무용의 개척자인 최승희(1911∼1969)는 일제 강점기 한국인으로는 처음 세계 예술계의 스타가 된 인물이다. 특히 1937년부터 40년까지 3년간 미국, 유럽, 중남미를 돌며 조선 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창작춤을 선보여 각광 받았다. 하지만 광복 후 친일파로 몰렸고 사회주의자였던 남편 안막을 따라 월북했다. 이후 북한 현대무용의 기틀을 세웠지만 67년 남로당 사건으로 숙청돼 2년 후 사망했다.
한국에서 최승희의 춤은 수제자이자 동서간이었던 김백봉(88) 경희대 명예교수로 이어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전수교육조교인 양성옥 교수는 최승희의 스승이었던 한성준에게 배운 강선영 명인의 제자인 동시에 김 명예교수의 제자로서 신무용도 잇고 있다. 양 교수는 95년 MBC가 방송한 최승희 다큐멘터리에서 최승희 춤을 재연하는 등 최승희와 관련된 공연을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양 교수의 최승희 헌정공연은 프랑스의 세계문화의집(La Maison des Cultures du Monde) 초청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으로 성사됐다. 세계문화의집은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예술을 프랑스에 소개하는 기관으로 한국의 판소리를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만드는 데 기여한 곳이다. 세계문화의집이 97년부터 열고 있는 상상축제는 유럽에서도 권위 있는 축제 가운데 하나로 원래는 봄에 열리지만 올해는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가을(10월 9일∼12월 20일 프랑스 전역)에 열리고 있다.
이번 프랑스 공연에서 양 교수는 최승희의 춤 가운데 ‘장구춤’ ‘검무’ ‘세 가지 전통리듬’ 등을 선보인다. 최승희가 동양을 대표하는 무용가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프랑스 공연이었기 때문에 이번 헌정공연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 투어의 첫 방문국이었던 미국 순회공연에서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던 최승희는 38년 12월 프랑스에 도착해 1월 파리 살플레옐 극장에 섰다. 당시 공연에는 피카소, 마티스 등 프랑스 예술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관람했으며,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최승희라는 이름을 유럽 전역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이후 최승희는 프랑스의 칸, 마르세유 등에서 공연을 가졌고 유럽의 주요 극장 무대에 서는가 하면 39년 4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2회 세계무용 콩쿠르에 동양인으로 유일하게 심사위원 초청됐다. 39년 6월 파리 국립샤이오극장에서 다시 한번 성공적인 공연을 펼친 최승희는 이후 미국과 중남미 투어를 화려하게 이어갈 수 있었다.
양 교수는 최승희 헌정공연에 자신이 안무한 ‘비나리’를 특별히 포함시켰다. ‘비나리’는 전통적으로 덕담과 기원을 담은 춤이다. 양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승희가 세계적인 무용수로 발돋움하게 된 기회를 제공한 프랑스 문화예술계에 감사의 의미를 표하는 한편 최근 파리 테러로 희생된 영혼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한국 무용의 전설’ 세계에 알린 곳, 파리… ‘최승희 춤’ 프랑스 무대 다시 오르다
입력 2015-11-22 18:59 수정 2015-11-22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