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불현성 갑상선기능 이상’이란

입력 2015-11-23 18:24
고기동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노인이 병에 걸리면 일반 성인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같은 질환도 노년기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게다가 노인은 심장혈관질환이나 호르몬 이상과 같은 만성 질환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 진단과 치료할 때 더욱 주의해야 한다.

병명조차 다소 낯설지만 노인에게서 때때로 발견되는 ‘불현성(不現性) 갑상선기능 이상’도 그런 질환이다. 불현성 갑상선기능 이상이란 갑상선 호르몬을 측정하는 혈액검사 상 갑상선자극호르몬(TSH) 수치가 증가 또는 감소됐는데도 불구하고 혈중 갑상선호르몬 농도는 정상인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은 체내의 대사과정을 촉진시키고 체온조절에 관여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기관이다.

불현성 갑상선기능 이상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이 있어도 환자, 의사 모두 갑상선 때문에 생기는 이상이라고 의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더 문제다.

불현성 갑상선기능 이상은 크게 불현성 갑상선기능 저하증과 불현성 갑상선기능 항진증으로 나뉜다. 저하증과 항진증 모두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증가하고,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견되는 게 특징이다. 심장혈관질환, 골대사 질환은 물론 대사증후군(비만, 인슐린 저항성)이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특히 65세 이하 연령층에서 허혈성 심장질환 발생 및 이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는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혈압, 비만,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증후군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갑상선기능 이상이 발생하면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개인 맞춤 치료가 필요한 이유다.

검사결과 자각 증상이 있는 경우, TSH(갑상선자극호르몬)가 10mIU/ℓ 이상인 경우, 심혈관계 위험이 있는 경우, 갑상선종이 있을 경우엔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갑상선호르몬제(티록신)을 투여해 TSH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형식으로 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이 어떤 유형인지 가려내기 위해 치료 전 혈액검사, 갑상선 초음파 검사, 동위원소 촬영 검사 등이 필요하다.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노년기에 나타나는 불현성 갑상선기능 이상도 가능한 한 조기에 진단,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뜻밖의 합병증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고기동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