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배, 배, 배신이야!”라는 말은 코미디 프로에서 유행되지 않았나 싶다. ‘배신이야’란 말은 지금도 일상에서 자주 쓰인다. 다행스럽게도 ‘유쾌한 반전’을 나타낼 때 쓰이는 편이다. 의외로 너무 맛있거나, 멋있거나, 너무 예쁘거나, 너무 잘생겼거나, 너무 친절하거나, 의외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거나 하는 경우다. ‘배신’이라는 결코 유쾌하지 않은 단어를 유쾌한 발상의 전환으로 쓰는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현실에서는 배신이라는 상태에 빠지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특히 ‘배신감’이라는 감정에는 절대 빠지지 말아야 한다. 배신감이야말로 가장 소모적인 감정이고 자칫 자기파괴적인 상태로 치달으며 자학과 가학을 넘나들며 자신뿐 아니라 주변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인간세계에서 배신이라고 불리는 많은 행위는 입장을 달리 놓고 보면 배신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각이 다르고 가치가 다르고 가는 길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고 역할이 다르고 또 좋아하는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생기는 변화가 대부분이다. 상대뿐 아니라 자신도 끊임없이 변할 수 있으며 사람뿐 아니라 상황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인간세계에서는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신의란 존재할 수 없다. 더구나 인간세계를 이루는 것은 신의만이 아니라 ‘가치, 우애, 사랑, 나눔, 교류, 공유, 협력, 협상’ 등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균형감각을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배신감으로부터 벗어나 더 큰 긍정적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배신이라는 말이 절대로 쓰이지 않아야 할 영역이 있다면 정치 영역일 것이다. 첫째, 정치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생각들과 다른 길들이 수시로 발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고, 둘째 배신이라는 사적 감정이 담겨 있는 말을 쓰다가는 자칫 사적 정치로 떨어지기 때문이며, 셋째 하물며 적과도 교류해야 하는 영역이 정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의 정치세계에서 ‘배신’이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니 걱정이 커진다. 사적 감정, 자기파괴적 감정이 지배하는 정치가 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김진애(도시건축가)
[살며 사랑하며-김진애] 배신이야!
입력 2015-11-22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