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호텔 인질극] 무장괴한들 “알라는 위대하다” 외치며 자동소총 난사

입력 2015-11-20 21:39 수정 2015-11-21 00:54
말리 특수부대 요원이 20일(현지시간) 인질극이 벌어진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 블루 호텔 안에서 천에 덮인 시신 옆을 걸어가고 있다. 호텔 진압작전에는 미국과 프랑스군도 동참했다. 말리 TV ORTM의 방송 화면. AP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오전 7시쯤 서아프라카에 위치한 말리 수도 바마코의 래디슨 블루 호텔에 약 10명의 무장괴한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호텔에 진입하기 직전 자동 소총을 쏴댔고 아랍어로 ‘알라는 위대하다(알라후 아크바르)’고 외쳤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유엔평화유지군 관계자는 미국 CNN방송에 “한 무리의 남성들이 외교 번호판을 단 차량을 몰고 들이닥쳤고 AK소총을 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차량에 탑승한 무장괴한들은 호텔 정문에 도착한 뒤 경비원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괴한들은 호텔 내부로 진입한 뒤에는 각 층을 돌며 객실을 일일이 살폈다. 괴한들은 객실 복도에서 총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괴한들이 전체 190개 객실을 보유한 이 호텔의 7층까지 올라간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괴한 중 최소 2명은 객실에서 끌어낸 인질 약 170명을 한곳으로 모아 놓고 감시를 했다. 투숙객 중에는 터키항공 승무원과 중국인 관광객, 프랑스인 등 외국인 다수가 포함돼 있었다. 인질범은 몇 시간 뒤 호텔을 완전히 장악하고 나서 투숙객 일부를 대상으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암송해 보라고 강요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인질 일부를 풀어줬다.

이번 인질극을 누가 일으켰는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하지만 ‘알라후 아크바르’ 등을 외쳤다는 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소행임은 분명하다. CNN에 출연한 테러리즘 전문가는 “말리에는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보코하람, 말리 자생 조직이면서 알카에다와 연계된 ‘안사르 디네’, 파리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 추종 세력 등 다양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확히 어느 그룹인지 현재까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질극을 벌인 세력은 독자 판단에서든, IS 지시에 의해서든 파리 테러에 편승해 전 세계에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에 대한 공포심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노렸을 개연성이 있다.

아울러 인질극이 벌어진 말리가 프랑스의 옛 식민지로 지금도 프랑스인의 왕래가 잦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프랑스는 2013년 1월부터 본격화된 이슬람 과격파와 말리 정부 간 말리 내전에 군 병력을 파견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싸웠다. 현재도 프랑스군 1000명이 말리에 주둔하고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파리 테러에 이어 프랑스를 궁지에 몰기 위해 프랑스인 등 외국인이 주로 투숙하는 고급호텔을 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8월에도 이번 사건을 일으킨 조직과 같은 이슬람 무장세력이 말리에 있는 세바레의 호텔을 습격해 5명의 유엔 직원을 포함해 13명을 살해했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경찰특공대 50명을 인질 구출을 위해 바마코로 급파했다. 서아프리카에 11세기부터 정착한 이슬람의 영향으로 말리 국민의 90% 정도는 무슬림이다. 외교부는 말리에 우리 교민이 20여명 살고 있고 생존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