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월에 이어 지난 13일까지 올해만 연쇄 테러가 두 차례 일어나자 프랑스 정보 당국의 ‘실패’에 대한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미 감시망 안에 있던 테러리스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에 커다란 보안 구멍이 뚫려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유럽은 합동 정보기관 창설을 제안하는 등 뒤늦게 보안을 강화하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정보 당국이 ‘이미 알려진 인물’에 의한 테러를 사전에 막지 못한 데 대해 한정된 인력으로 너무나 많은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짚었다.
가디언은 프랑스 정보 당국과 경찰인력 중 잠재적 테러리스트들을 감시하는 데 동원돼 있는 것은 500∼600명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는 1만1000여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사람을 24시간 감시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명의 인력이 필요해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정보 당국은 ‘누가 더 위험한지’를 잘 선별해야 한다.
프랑스 보안 당국은 이번 파리 연쇄 테러를 일으킨 범인들 중 적어도 3명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올해 1월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벨기에에서 테러를 계획하다가 적발됐다. 그는 심지어 지난 7월 벨기에 법원에서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조직원 모집 혐의 등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테러범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29)에 대한 정보도 그가 2013년 시리아로 건너가기 전부터 이미 갖고 있었다. 사미 아미무르(28)가 잠재적 테러리스트의 리스트에 오른 건 벌써 2012년의 일이다.
게다가 EU 전체의 보안 관리와 EU 회원국 간 정보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아바우드가 유럽에 있는지 몰랐으며 다른 유럽국으로부터도 그가 프랑스로 왔다는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파리 테러범 중 최소 4명은 미국 대(對)테러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자 명단에 있고, 최소 1명 이상의 테러범은 ‘비행금지’ 리스트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가담하기 위해 유럽에서 시리아나 이라크로 떠난 극단주의자 5000명 가운데 EU 정보기관들이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돼 있는 것은 2000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허술한 보안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EU 집행위원회는 테러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28개국 내무장관 회의에서 ‘유럽 정보기구’ 설립을 제의했다. 또 네덜란드 일간지 폴크스크란트는 EU 역내 자유통행 지역을 축소하는 차원에서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5개국이 국가 간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미니 솅겐 지역’ 창설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유럽 26개국은 솅겐 조약을 통해 역내 통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佛 정보당국에 비난 화살… “연쇄 테러, 위험인물 관리·EU 정보공유 실패가 원인” 지적
입력 2015-11-20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