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부활론’ 슬금슬금… “현 체제론 대형 사건 수사 한계”

입력 2015-11-21 04:00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현판을 내린 지 2년7개월 만에 ‘중수부 부활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재의 특수수사 체제로는 대형 비리 사건을 도맡았던 중수부의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우려가 섞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던 중수부 폐지를 현 정부에서 되돌릴 가능성은 낮지만 대형 수사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많은 ‘베테랑’ 검사들이 동의하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중수부 부활 필요성’에 대한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 수사를 하면서 전국적인 규모의 사건을 맡을 수 있고, 하나의 검찰청에서 맡기에 적절하지 않은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 구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4개 특수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검찰 특별수사 역할의 한계를 인정한 것으로 읽힌다.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의사결정 과정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과거 중수부 시절에는 결재·보고라인이 중수과장→수사기획관→중수부장→검찰총장으로 일원화돼 있었다. 총장 직접 관리 아래 대검 안에서 모든 의사결정이 이뤄졌다. 현재는 특수부를 일선에서 지휘하는 3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함께 보고해야 하는 체제다. 결재·보고가 이원화된 만큼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 여부 등 수사의 주요 단계에서 의사결정이 지체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형 비리 수사 등에 동원할 ‘화력’의 집중도도 예전만 못하다. 훈련된 검사·수사관 100여명이 일사불란하게 ‘중앙집중적 체제’로 수사하던 중수부에 비해 현재는 서울중앙지검 각 특수부에 소속된 20명 안팎의 검사와 수사관이 부담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굵직한 현안이 발생하면 전국의 검사들을 임시로 불러모아 ‘특별수사팀’ 형태로 수사를 맡기고 있지만 상시 수사 경험을 공유하고 첩보수집 단계부터 호흡을 맞춰온 중수부 체제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중수부 폐지 이후 임기 2년을 보낸 김진태 검찰총장도 최근 중수부 부재에 아쉬움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촌각을 다투는 특별수사에서 의사결정과 자료 분석 등에 시간이 지체된다는 건 그만큼 피의자들에게 증거를 인멸하고 말 맞출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라고 했다. 8개월이나 끌었던 포스코 비리 수사가 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다. 애초 검찰총장에게 집중돼 있던 권한을 분산시킨다는 명분도 오히려 정치적 외풍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서울중앙지검장의 권한 증대로 이어져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박 대통령의 공약이자 여야 합의로 이뤄진 중수부 폐지를 ‘없던 일’로 하기는 어려우리란 견해가 우세하다. 특히 내년 총선과 이듬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새로운 정쟁거리가 될 수 있다는 부담도 있다. 한 대검 간부는 “이미 사라진 중수부를 부활시키는 것보다 특별수사 패러다임 자체를 달라진 수사 상황에 어떻게 맞춰갈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