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재테크를 부탁해… 자산관리 대중화 시대 성큼

입력 2015-11-20 19:18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투자성향과 금액, 기간, 목표수익률 등을 묻는 설문 항목에 답하면 자동으로 맞춤형 포트폴리오가 구성된다. 이대로 투자한 이후에는 24시간 시황 모니터링과 주기적인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으로 돈이 굴러간다.

로봇과 자문가(Advisor)의 합성어인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영되는 원리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로봇 형체의 무언가가 고객과 마주앉아 투자 상담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 대신 컴퓨터 시스템이 특정 알고리즘(문제해결을 위해 정해진 절차)을 통해 자산관리 업무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로봇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미국에서 지난해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베터먼트와 웰스프런트 같은 전문 업체들이 가파르게 성장했고 뱅가드, 피델리티, 찰스슈워브 등 기존 금융회사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KDB대우증권을 비롯한 증권사와 은행들이 전문 업체(쿼터백랩, AIM, 디셈버앤컴퍼니 등)와 손잡고 내년 초부터 상용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 의미가 강하다. 고액자산가들에게 비싼 수수료를 받으며 제공하던 서비스를 자산가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저비용으로 해주는 것이다. 사람이 대면(對面)으로 하던 일을 소프트웨어가 비(非)대면으로 하기 때문에 비용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고객의 최소 투자금액이 제로(0)부터 10만 달러까지이며, 연간 수수료도 제로부터 0.9%까지 다양하다.

저금리 기조가 굳어짐에 따라 전략적 자산배분으로 ‘시중금리+알파(α)’를 얻으려는 욕구가 많아졌고, 발전하는 핀테크(금융+IT) 기술이 이런 욕구와 결합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를 만들어낸 측면도 있다. 찰스슈워브의 미국인 대상 설문조사 결과 연령대가 젊을수록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고연령층은 기계에 돈 맡기기를 꺼리는 반면, IT 기술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런 거부감이 적은 것이다.

컴퓨터가 하는 일이니 고객 조건이 같으면 제시되는 포트폴리오도 천편일률적일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대증권 손위창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업체들에 같은 조건의 리스크 프로파일을 입력했을 때 업체마다 확연히 다른 포트폴리오가 도출됐다. 손 연구원은 “업체별로 알고리즘 로직(논리회로)이 다르며, 그것의 성패는 실적이 충분히 축적된 이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