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일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제안한 건 ‘8·25합의’ 이후 본격화된 남북관계 개선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북 협의 등을 계기로 대외적으로 자신감을 얻으면서 남북관계 또한 일정 부분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남북은 북측의 목함지뢰·포격 도발을 계기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지난 9월부터 당국회담을 위한 예비접촉을 갖자고 세 차례 제안했으나 북측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이 마무리된 뒤 북측이 적극적으로 당국회담 개최에 의지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선물’을 먼저 건넨 이상 남측으로부터 반대급부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북측은 그 뒤로도 한 달 가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18일에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8·25합의 이전이나 이후나 남조선 당국의 태도에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회담 논의가 답보 중인 책임을 우리 측에 돌린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남북관계에도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선제적으로 상황을 끌고 가려는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남북관계를 포함해 대외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제안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9일(현지시간)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한 직후 나온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권 문제는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이슈지만 직후 예비접촉을 제안한 점을 미뤄보면 북측의 정세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의 평양 방문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북한이 이번 결의를 반 총장 방북의 연결고리로 삼을 개연성도 없지는 않다”면서도 “(결의안 채택은) 사전에 예상 가능했던 일이었다. 반 총장 방북 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수준에서 샅바싸움을 벌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선 서울 또는 평양에서 열릴 당국회담의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경원선 복원,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등을 거론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해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를 적극 주장할 전망이다.
당국회담의 형식도 주요 의제다. 우리 정부가 지난 2개월간 당국회담 예비접촉을 제안하면서 전통문을 홍용표 통일부 장관 명의로 북측 김양건 노동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보낸 점을 미뤄볼 때 남측 통일부 장관과 북측 통전부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회담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측은 청와대와 직접 통할 수 있도록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요구하는 ‘역제안’을 해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8·25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2+2’ 형태의 회담 채널이 복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남북이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北,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 역제안 왜?… 北의 주도권 잡기 이산상봉 대가 ‘선물’ 원할 듯
입력 2015-11-20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