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계사가 감사기업 정보 빼내 주식투자 하다니

입력 2015-11-20 18:35
일부 대형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 기업 회계감사 과정에서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에 나서 한몫을 챙겼다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19일 이 같은 범죄 행각으로 수억원대의 이득을 챙긴 회계사 32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국내 최대의 삼일회계법인 소속이 26명, 삼정회계법인 4명, 안진회계법인 2명이다.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회계사들이 직업윤리를 내팽개치고 사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학교 동문이나 입사 동기 등으로 연결된 20∼30대 회계사들은 정보를 공유하며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감사 대상 기업들의 영업실적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증권사 예상 실적보다 좋은 경우에는 주식(또는 선물)을 매수했다가 실적 공시 후 처분하는 수법을 썼다. 이런 방식으로 대기업 등 14개 기업에 투자해 6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그럼에도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별다른 죄의식도 없었다고 하니 전문가 집단의 심각한 윤리의식 부재를 드러낸 셈이다.

재발 방지 대책이 시급하다. 삼일회계법인의 경우 연루된 소속 회계사 26명 중 14명을 파면하거나 의원면직 형식으로 회사에서 내쫓고 12명에 대해선 징계 절차를 밟는다고 한다. 하지만 사후 징계만으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사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금융 당국이 뒤늦게 회계법인의 주식보유 내역 신고 대상 및 감사 대상 기업 주식거래 제한 대상을 상무보 이상에서 모든 전문 인력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진작 회계법인의 주식관리제도를 개선했으면 이런 구조적 비리를 막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매번 뒷북만 치고 있다. 자본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법인의 내부 통제 시스템은 물론 당국의 관리·감독 체제도 대폭 강화돼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