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로서’는 지위·신분… ‘로써’는 재료·수단

입력 2015-11-20 20:49

“마음을 다하는 효도로써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은 자식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자 아무나 할 수 없는 권리다.”

‘로서’와 ‘로써’를 헷갈려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로서’와 ‘로써’는 모음이나 자음 ‘ㄹ’ 받침으로 끝나는 체언(문장에서 주어 따위의 기능을 하는 명사, 대명사, 수사 등) 뒤에 붙어 쓰이는 조사입니다.

‘로서’는 어떤 지위나 신분, 자격이 있음을 나타내지요. ‘젊은이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처럼 씁니다. 어떤 동작이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 난리는 그자로서 비롯되었다’같이 말할 수 있지요.

‘로써’는 어떤 물건의 재료나 원료,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임을 나타냅니다. ‘밀가루로써 수제비를 만든다’처럼 쓰지요.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셈할 때 셈에 넣는 한계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제대한 지 올해로써 30년이다’처럼 말합니다. ‘로써’는 ‘로’보다 그 뜻을 분명하게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으로서’와 ‘으로써’는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체언 뒤에 붙어서 쓰입니다.

테러로 세상이 경악하고 있지요. 폭력으로써 이룰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