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2부)] ⑧ 조정숙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대표원장

입력 2015-11-22 18:20
조정숙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대표원장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상담실에서 모유 수유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모유 수유를 준비하는 여성들에게 ‘오케타니(桶谷)’나 이를 한국식 발음으로 읽은 ‘통곡’은 친숙한 단어다. 오케타니는 모유 수유 산모를 위해 개발된 유방관리법의 대명사로 일본의 조산사 오케타니 소토미가 1930년 창안했다. 젖몸살, 유방·유두 통증, 유방울혈 등 모유 수유 시 겪는 유방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조정숙(51)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대표원장은 오케타니 유방관리법을 국내에 처음 보급한 인물이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상담실 본원에서 분홍색 간호복을 입은 조 원장을 만났다. 숙련된 간호사였던 그가 일본까지 가서 유방관리법을 배운 이유를 묻자 답변으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86년부터 12년간 병원 조산간호사로 일했습니다. 전공이 ‘모성간호’니 모유 수유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요. 그런 제가 아이에게 모유를 얼마 동안 먹였는지 아세요? 한달이었어요. 젖몸살과 유선염을 자주 앓으면서 모유 수유가 아프고 힘든 과정이란 걸 절감했지요. 신체구조상 수유가 힘든 가슴도 있다는 것도요.”

모유 수유에 대한 고민은 그가 출산을 한 이후로도 계속됐다. 98년 대전에 산후조리원을 개원한 조 원장은 자신이 겪었던 아픔을 똑같이 겪는 산모를 계속 만나야 했다. 젖몸살로 가슴이 돌덩이처럼 굳은 산모의 가슴을 정성껏 마사지했지만 이들의 고통은 줄지 않았다. 모유 수유로 고통을 호소하는 산모를 만날수록 그의 자괴감과 무력감은 점차 커졌다. 이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가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더 심해졌다.

“아직 지식이 많이 부족해 그런가 싶어 모유 수유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주변 사람이나 산모들에게 도움이 안 되니 얼마나 우울하던지요. 그러던 중 산후조리원 운영자 모임에서 일본 오케타니 학회 강사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99년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통증 없는 가슴 마사지가 가능하다는데 그걸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강연에서 접한 무통 유방관리법을 모유 수유 문제의 대안으로 확신한 조 원장은 일본 전문가에게 기술을 배우기 위해 2000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갔다. 조 원장의 열성에 탄복한 오케타니 유방관리법연구센터는 2003년 학교 문을 개방했다. 1년 3개월간 유방관리 과정을 수료한 그는 외국인 최초로 ‘오케타니 손기술 인정자’가 됐다.

일본 유학은 그의 신앙을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한 인생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2001년 지도교수의 전도로 교회에 첫 발을 디딘 조 원장은 2003년 유학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도쿄에 아파트를 구하던 중 지인에게 소개받은 한 여성 선교사와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도쿄에서 세를 얻으려고 만난 분이 알고 보니 한국에서 온 선교사님이더라고요. 독신으로 홀로 일본에서 와서 시온그리스도교회에서 사역하는 분이셨지요. 이 분 교회에 다니던 때부터 제 안에 믿음이 싹튼 것 같아요. 어려운 고비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는 걸 느끼게 됐거든요.”

신앙은 2004년 ‘한국오케타니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사업을 확장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도 적잖은 도움을 줬다.

“졸업 후 조리원 산모들에게 오케타니 유방관리를 1년간 무료 제공했어요. 반응이 굉장히 좋았지요. 유방관리 기술을 돈 주고 배우겠다는 사람들이 줄 설 정도로 많았으니까요. 그해 아카데미를 설립해 후진 양성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일부 제자들이 외부에서 절 모함한 걸 알게 됐어요. 너무 억울하고 힘들었습니다. ‘하나님은 다 아신다’는 믿음이 없었다면 견디기 어려웠을 겁니다.”

여러 잡음에도 조 원장은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건강한 모유 수유법을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2006년엔 석사 논문으로 오케타니 가슴 마사지가 모유 유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제출했으며 2013년엔 제왕절개술이 모유 수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끊임없이 연구와 산모 관리를 병행한 결과 모유육아상담실 사업도 결실을 맺었다. 2004년 아카데미 개설 이후 매년 졸업생을 배출해 현재 전국에서 50여개 지점이 성업 중이다. 특히 여러 재계·연예계 유명 인사들이 조 원장을 찾으면서 상담실은 산모들에게 더욱 인기를 얻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배우 김희선 이영은, 방송인 박지윤 박경림 등이 조 원장의 손을 거친 고객들이다.

“이부진 사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통 길어야 1년 가까이 모유 수유를 하는데 이 회장은 무려 30개월간 했거든요. 쉽지 않은 일이죠. 모유 수유로 고통 받던 그가 ‘원장님 배려로 인생에서 소중한 행복을 경험했다’고 손편지를 보냈을 때 얼마나 보람차던지요.”

조 원장의 경영목표는 단순하지만 명확하다. 자신의 손을 거친 ‘모든 산모가 즐겁게 모유 수유를 경험하고, 유방암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산모에게 손기술을 적용하기 전 매번 이런 기도를 해요. ‘제 손길로 모유 수유로 산모와 아기가 행복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요. 더 많은 산모들이 오래도록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정진하겠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약력 △1964년 충북 영동 출생 △2004년 오케타니 유방관리법연구센터 수료 △2006년 을지의과대학교 간호학 석사 △2013년 충남대 간호학 박사 △2007년 보건복지부 표창 △2004년∼현재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대표원장 △대전제일감리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