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가을 안개는 쌀안개 봄 안개는 죽안개’란 말이 있다. 가을철에 안개가 끼면 날씨가 따뜻하여 벼를 잘 영글게 해 풍년을 기약하지만 봄철 안개는 높은 습도로 병해를 주어 보리 수확이 줄어 죽을 먹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2010년 이후 가을철 안개일수가 높은 올해 기상 여건이 벼농사 풍작에 일조한 듯하다.
안개는 대기 중 수증기가 지표면과 접촉하며 가시거리를 1㎞ 미만으로 만드는 작은 물방울 집합체로 정의된다. 안개나 구름은 약 0.02∼0.05㎜의 수증기로 생성되고 수십억 개의 미세한 물방울로 구성된다. 안개는 생성과 구성에 있어 본질적으로 구름과 같지만 구름 종류로 분류되진 않는다. 안개의 생성은 증발과 냉각에 의해 나타나므로 크게 냉각안개와 증발안개로 분류한다. 냉각안개는 지표면의 공기층 온도가 이슬점 이하일 때 수증기가 물방울로 응결되어 나타나고, 증발안개는 물안개와 같이 수온이 기온보다 높을 때 나타난다.
시야를 흐리게 하는 기상학적 현상들은 시정을 기준으로 짙은 안개, 연무 또는 박무로 구분된다. 시정이란 수평 방향의 사물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최대거리를 의미하는데, 농무로도 불리는 짙은 안개는 시정이 200m 이내이다. 박무는 시정 1㎞ 이상으로 수많은 미세 물방울이 대기 중에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연무 또한 시정 1㎞ 이상이나 습도가 낮을 때 대기 중 연기와 먼지 등의 미세한 입자에 의해 공기가 뿌옇게 보이는 현상을 일컫는다.
박무와 연무가 공기를 뿌옇게 만드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안개의 일종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들은 안개가 아니다. 그러나 구름은 본질적으로 안개와 같아 높은 산 위의 것을 지상에서 관측하면 구름, 산 위에서 보게 되면 안개가 된다.
이렇듯 겉모습은 유사하나 이질적인 것이 있는 반면 달리 보이나 동질적인 것들이 존재한다. 억새와 갈대가 유사하나 서로 다른 종임을 깨닫고, 흰머리와 새치가 본질적으로 같은 것임을 터득하는 데는 일련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사회도 그러하다.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르더라고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목표가 같은 경우가 많다. 다른 듯 서로 같음을 통찰하는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안개와 구름
입력 2015-11-20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