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제도 명암] 日 이행 약속 안지키면 법대로 처벌

입력 2015-11-20 19:21

동의의결제가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용어지만 따져보면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제도다. 유럽의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미국은 1915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도 미국이다. 현재 독점규제 사건에서 정부의 민사소송 중 60% 이상이 동의판결로 종결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법무부(DOJ)에 의한 동의판결과 우리나라의 공정위와 유사한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의한 동의명령이 있다. 동의명령은 경쟁법 사건을 해당 피조사인과 합의해 해결하는 것이다. 동의명령 초안에 대해 피조사인과 합의가 되면 FTC는 연방지방법원에 소장과 함께 초안을 제출하면 된다. 동의판결제도는 사건처리 권한은 없고 소추 권한만 있는 DOJ가 사건을 기소하면 법원이 법무부와 피조사인 간의 합의안을 승인하는 제도다.

일본은 미국의 동의명령제를 참고해 1959년 동의심결제도를 도입했다. 심판개시 결정 이후 피심인이 심판개시결정서의 내용을 인정하면 그대로 명령하는 제도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이사회 규칙에 따라 서약이행결정제도를 만들어 사건 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세월을 거치면서 제도는 자리를 잡았다. 이미 세계적 기업들도 동의의결제도를 경험했다. 스포츠용품 브랜드인 리복은 미국의 FTC, 음료 회사인 코카콜라는 EU 집행위원회로부터 각각 허위 과장 광고와 끼워팔기 등을 이유로 조사받은 뒤 동의의결에 따라 제도 개선에 나섰다.

도입 초기인 우리나라도 동의의결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다른 나라의 제도 개선 과정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도 제도화되기 전까지는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FTC의 경우 시행 초기 기존의 불공정행위뿐만 아니라 발생하지도 않은 새로운 유형의 불공정행위까지 규제하려고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지려다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연방대법원과 상이한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1923년 잡지사 커티스퍼블리싱이 대리상과의 계약에서 전속거래 조항을 삽입한 것을 두고 FTC는 법 위반이라 결정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사업자들이 광범위한 행동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사업을 위한 정상적인 과정에서 체결된 것이므로 위법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미국에선 동의판결의 판결안이 공익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지방법원 등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1994년 미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동의판결안을 두고 지방법원이 승인하지 않았다. 일본은 동의심결 불이행에 대한 제재(형벌 부과)를 심판심결에 대한 불이행과 동일하게 취급해 기업의 면죄부 논란을 해소하고 있다. 세종=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