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 차가운 밤. 서울 수유동의 한 파출소에서 술 취한 여고생이 악다구니를 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머리가 희끗희끗 센 경찰이 부모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 와중에 나는 왜 술을 먹었는지, 이름은 무엇이며 몇 살인지, 술집 주인은 신분증을 확인했는지 꼬치꼬치 물어야 했다. 기자 신분으로 난생 처음 파출소를 방문한 날이었다.
입사 후 8개월간 매일 날것 그대로의 세상을 쫓아다녔다.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 사람을 죽인 범인 앞에서 흉기의 종류와 길이를 물었다. 사기꾼에게 전 재산을 빼앗긴 자매에게 월 얼마씩 입금했는지 확인했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진실은 허구보다 훨씬 낯설었다. 감기약 23알을 한꺼번에 삼켰다가 구조된 여학생은 “왜”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씨익 웃으며 응급실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했다.
낯선 날것들 사이를 누비며 나는 평생 ‘기자’로 살아갈 것임을 직감했다. 눈으로 보고, 발로 뛰면서 진실을 찾아갈 때마다 수면 아래 잠긴 빙산의 나머지를 더듬어본 느낌이었다.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흥분됐다. 감춰진 세상을 한 뼘 더 드러낸 것 같아 보람 있었다.
피해자에게, 경찰에게, 국회의원에게 ‘국민일보’ 네 글자가 새겨진 명함을 들이밀며 묻고 또 물었다. 피해자도 경찰도 국회의원도 네 글자를 보고 입을 열었다. 날 선 질문을 던지고 따뜻한 기사를 쓰고자 하는 당신에게 함께하자고 손을 건넨다. ‘국민일보’ 넉자에 담긴 신뢰의 가치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자세한 모집요강은 국민일보 홈페이지(www.kmib.co.kr) 참조
[알림] '진실'의 키를 누르세요… 국민일보 25기 수습기자 모집
입력 2015-11-19 2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