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위력은 어디까지?… 모비스 우승 주역 떠나 6강도 어렵다더니 2위 질주

입력 2015-11-19 21:48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 모비스 유재학(사진) 감독은 “우리 팀은 이번에 절대로 우승 못한다. 6강이라도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3시즌 우승의 주역인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서울 삼성으로 이적한데다 양동근과 함지훈은 30대 중반이라는 점을 꼽았다. 그는 “이번에는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면서 리빌딩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유 감독이 엄살을 부린 것일까. 시즌이 시작되자 모비스는 강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모비스는 19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전주 KCC를 85대 66으로 대파하고 4연승을 질주했다. 15승6패로 10개 팀 중 2위다. 1위를 질주 중인 고양 오리온(18승4패)의 아성을 무너뜨릴 유일한 대항마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차지할 때와 비슷한 패턴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에도 시즌 시작 후 2∼3위권에 있다가 12월 서울 SK와 오리온을 차례로 격파하며 1위로 올라섰고 결국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봤다.

모비스의 선전에는 함지훈의 맹활약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함지훈은 빅맨임에도 불구하고 가드들의 전유물인 어시스트에서 경기당 평균 6.3개로 1위를 질주 중이다. 모비스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양동근도 건재하다.

이보다 더 큰 모비스의 강점은 유 감독이다. ‘만수(萬手)’라는 별명에 걸맞게 매 경기 변화무쌍한 작전을 펼친다. 유 감독은 특히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팀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감독들과 차별화된다. 외국인 선수는 전력의 반이라고 말할 정도로 팀 내에서 절대적인 존재지만 이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엇나갈 경우 팀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유 감독은 지난 시즌 태업을 하던 로드 벤슨을 퇴출했지만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올 시즌에도 득점력이 탁월한 리오 라이온스의 부상 공백에도 선전을 하고 있다.

그래도 유 감독은 덤덤하다. 그는 “지금까지는 만족하지만 다른 팀에 (불법 스포츠 도박) 선수들이 복귀를 하면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