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현재 조계사에 은신 중인 한상균(5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의 신변보호 요청을 수용하고, 향후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 상황 중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의 조계사 피신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계종 화쟁위는 민중총궐기 시위 이후 조계사로 피신한 한 위원장이 요청한 중재 문제를 논의한 결과 당사자, 정부와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화쟁위는 사회 현안과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조계종이 2010년 구성한 기구다. 4대강과 강정마을, 철도노조 등 각종 사회문제를 중재해 왔다.
화쟁위 관계자는 19일 오후 2시부터 1간여가량 진행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이 지난 18일 요청한 현 시국 문제에 대한 중재와 관련해 요청 내용이 무엇인지, 각계각층의 의견이 어떤지, 사회 갈등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살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들어온 것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 종교단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 등 찬반이 있는 걸 잘 안다”며 “이른 시일 내 한 위원장을 직접 만나 어떤 부분을 중재해야 하는지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화쟁위 측은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와 관련해 “이미 하고 있는 상태”라며 강제로 조계사 밖으로 내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종교계의 반발을 감안할 때 조계사 안 진입은 경찰에도 부담이다. 경찰은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을 쫓아 조계사로 들어왔었다. 당시 신도와 승려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후 조계사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다음 달 5일 열리는 2차 민중총궐기 집회까지는 민주노총 집행부가 조계사에 머물며 시위를 주도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한 위원장은 휴대전화로 민주노총 지도부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민주노총 간부들이 수시로 조계사로 드나들며 향후 시위 계획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민주노총 측이 조계사 내에서 2차 시위를 준비하는 모양새”라며 “주변에 파견된 200명의 경찰 인력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화쟁위의 결정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경우회와 어버이연합 등 7개 보수단체 회원 90여명은 이날 조계사 정문 앞에서 한 위원장 추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화쟁위 발표 직후 일부 신도들이 “이곳은 기도하는 곳이지 범죄자를 숨겨주는 곳이 아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조계사, 한상균 내보내지 않는다… 화쟁위 “사회 갈등 해소 중재”
입력 2015-11-19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