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이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18일(현지시간) 벌인 파리 연쇄 테러범 검거 작전 때 테러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 사회가 또 다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서방 정보 당국의 최우선 검거 대상이던 그가 파리에 직접 들어와 테러를 지휘한 게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만큼 서방의 보안망이 뻥 뚤려 있었다는 의미다.
아바우드는 몇 년 전부터 서방 정보 당국에 ‘익히 알려져 있던 테러리스트’였다. IS 조직원 모집 혐의로 정보 당국의 감시망에 있던 아바우드는 지난 1월 테러를 모의했다가 벨기에 경찰에 발각돼 시리아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모로코계 벨기에인인 아바우드가 서방의 정보망에 수년간 제거할 대상으로 있었던 인물이며 바로 지난달까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공습할 때 주요 표적이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심지어 프랑스 검찰이 테러 직후까지도 아바우드가 시리아에 머물렀는지 아니면 파리에 있었는지를 모르고 있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까지만 해도 프랑스 검찰은 아바우드를 제거할 유일한 방법이 시리아를 공습하는 것이라고 했다”면서 “그러나 파리 테러범들의 버려진 휴대전화에서 아바우드가 생드니의 아파트에 숨어 있다는 단서를 찾게 됐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아바우드 외에도 상당수 요주의 대상인 테러리스트들이 유럽이나 미국 등에 이미 잠입해 있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난민에 숨어 서방사회로 들어오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인 셈이다. 때문에 향후 민간시설과 민간인을 상대로 한 ‘소프트 테러’가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아바우드 사망을 신호탄으로 테러리스트들이 각지에서 준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아바우드가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촉구하는 동영상이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날짜가 없는 55초 분량의 이 영상에서 아바우드는 밖에서 총성이 들리는 가운데 지하드를 촉구했다. 그는 “너의 삶에 만족하느냐. 유럽, 아프리카, 아랍국, 미국 등 어디든 굴욕적인 삶이지 않느냐. 굴욕적인 삶 속에서 너 자신을 감히 무슬림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 용기와 영예를 찾아라. 오직 지하드에서만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파리 검거 작전 때 동영상을 촬영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현장에서는 아바우드의 사촌인 하스나 아이트불라첸(26·여)이 자살폭탄을 터뜨려 사망했다. 아파트 안에서 경찰을 향해 “도와 달라”고 외치던 이 여성은 경찰이 “당신 남자친구는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내 남자친구가 아니다”고 답한 뒤 폭탄을 터뜨렸다. 금발의 그녀는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2012년까지 생드니 근처 한 건설회사에 다녔다. 르파리지앵은 이 여성이 프랑스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린 첫 여성이라고 보도했으며, 일부 매체는 서유럽의 첫 여성 자폭범이라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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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9 22:15 수정 2015-11-20 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