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B금융, 윤종규 회장 취임 1년… 빛난 소통리더십, ‘리딩뱅크’ 위상 회복 최대 과제

입력 2015-11-19 21:25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안팎에서는 ‘윤종규호’가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조직을 안정시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면서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대우증권 인수전과 인터넷전문은행 등 굵직한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며 발을 넓힌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윤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조직 안정이었다. 지난해 KB금융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간 내분으로 조직 전체가 흔들렸다. 추락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윤 회장은 직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소통의 리더십에 주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직원이 결재를 받으러 집무실에 오면 보고가 끝난 뒤 회장이 직접 엘리베이터까지 나가 배웅하는 풍경은 조직 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소탈한 모습은 외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19일 “KB금융 내부에서는 1년 전에 비해 직원들의 사기가 상당히 높아졌고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도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걸로 안다”며 “계좌이동제처럼 소비자 보호 요구가 높아지고 수익성이 낮아지는 어려운 시기지만 자산 건전화 등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리딩뱅크로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회장 스스로도 지난 2일 국민은행 창립 14주년 기념사에서 “지난 1년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재도약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든 시기”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리딩뱅크를 내세우는 KB금융 앞에 쉽지 않은 과제들이 놓여 있다는 점이다. 수년간 낙하산 인사와 지배구조 문제로 KB금융이 주춤할 때 신한금융이 독주 체제를 굳혀가고 있어 KB금융은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KB금융은 3분기 407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신한금융(6790억원)에 뒤처져 있다. 지주 전체 순익의 67%가 국민은행의 몫이어서 은행 비중이 높은 점도 해결 과제다.

윤 회장이 대우증권 인수에 적극적인 것도 이런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지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은행과의 균형을 맞추는 게 최대 과제다.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기존의 KB투자증권과 통합해 업계 1위 증권사를 보유하게 된다.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에 이어 대우증권까지 품에 안을 경우 은행과 보험, 증권을 아우르는 금융지주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은행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컨소시엄이 다음달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사업자 인가를 취득하면 핀테크(금융+기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인사와 관련해 당국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지주 사장에 김옥찬 SGI서울보증 사장을 내정한 것은 윤 회장이 서울보증 사장 인사와 관련해 당국의 압박을 못 이기고 후퇴한 것”이라며 “이사회와도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