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 제한 정당] 대법, ‘전통시장 상인 보호·相生 발전’ 손 들어줬다
입력 2015-11-19 20:40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라는 두 경제주체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상생을 위한 규제’를 택했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 자유만큼이나 조화로운 시장경제 구축을 위한 규제도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일 지정’ 조항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번 판결로 3년간 지속된 대형마트 영업제한의 적법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게 됐다.
◇“영업시간 규제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 영향”=지난 9월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에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대리인들은 서로 다른 내용의 규제효과 보고서를 들고 나왔다. ‘고객들이 대형마트가 쉬는 날 전통시장으로 가느냐’에 대해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대형마트 측은 영업규제로 인한 대형마트 매출 감소분 중 전통시장의 매출로 전환된 비율이 19.4∼22.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통시장 쪽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평균 고객이 10%가량 늘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은 전통시장 측 입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적어도 대형마트의 증가 추세와 전통시장의 위축 현상에 상관관계가 있고, 의무휴업일 지정으로 전통시장 고객·매출액 증대 효과가 예측 가능하다”고 밝혔다. 앞서 대형마트 측 입장을 받아들인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과 달라진 점이다. 2심은 전통시장 매출감소 문제는 주차장·편의시설 개선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었다.
대법원은 사전적 규제가 가질 수밖에 없는 특성도 고려했다. 사전 경제 분석은 경쟁시장의 복잡다양성으로 인해 장래의 규제 효과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행정청에 주어진 규제수단 선택권이 매우 제한적인 이유다. 그러나 불확실하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시기를 늦출 수도 없다. 재판부는 “시장 구조가 일단 왜곡되면 원상회복이 어렵다”며 “규제가 전혀 실효성이 없거나 불필요하지 않은 이상 행정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판단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조례제정 절차상 위법 없다”=대법원은 절차상 위법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도 뒤집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형마트 측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대형마트 내 매장을 임대한 업주들이 배제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었다. 대법원은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의 상대방은 오로지 대규모 점포 개설자이기 때문에 임차인들을 상대로 별도의 사전통지 등 절차를 거칠 필요는 없다”고 일축했다.
규제 대상이 된 대형마트가 법률에 규정된 ‘대형마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심 판단도 깨졌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를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의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점원이 있는 대형마트는 ‘대규모 점포’에 불과하기 때문에 규제조항이 처분 대상을 오인했다는 게 항소심 논리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규모 점포가 형식상 대형마트로 등록돼 운영되고 있는 이상 개별 점포의 성격을 따로 살필 필요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김용덕 김소영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사실상 지자체와 전통시장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의 이번 판단은 현재 계류 중인 같은 취지의 소송 수십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대형마트들이 서울 용산구와 중랑구를 상대로 낸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이 심리하고 있고, 다른 지역 지자체에서 제기한 소송 수십건도 진행 중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