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달 금리인상 굳어져가는데… ‘통화완화’ 손 못떼는 한·일·EU 한숨

입력 2015-11-19 19:49 수정 2015-11-19 21:42

미국이 다음 달부터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선명해진 가운데 각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아무리 유동성을 공급해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우려가 커져 고민이다. 파리 테러라는 돌출 변수를 맞은 유로존은 이미 마이너스인 금리를 더 내려야 할 처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 공개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 다수가 12월 FOMC까지 기준금리 인상 여건이 충족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금리를 일단 올린 이후의 경로는 점진적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했다. 고용·물가지표의 개선세가 지속되면 다음 달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고, 그 이후의 추가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뜻이다.

미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질 때마다 떨어지던 주요국 주가지수는 모처럼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18일 뉴욕 증시가 1%대 상승한 데 이어 19일 코스피지수도 26.03포인트(1.33%) 오른 1988.91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1.07% 상승했다. 미 금리 인상 우려가 그동안 충분히 시장에 반영된 데다 인상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돼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호재로 작용했다.

불확실성이 걷힌 것은 당장 증시에 호재일 수 있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 자체는 나머지 나라들에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벤트다. 특히 통화완화 정책을 접으려는 미국과 달리 이 정책을 계속 붙들고 있는 한국과 일본, 유로존으로선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국내 단기 부동(浮動)자금은 92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금융권을 맴돌고 있는 것이다. 본원통화(중앙은행이 공급한 통화) 한 단위가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했는지를 나타내는 통화승수는 지난해 말 19배였다가 올해 들어 18배로 떨어지더니 9월엔 17.6배로 내려앉았다. 이 때문에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천구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통화승수가 하락세를 보이면 정책효과가 상쇄되고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일본도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 정원일 연구원은 “일본은 이미 낮아진 기대심리에 추가적인 유동성이 풀리면서 더 이상의 효과 발생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유로존은 그나마 유동성이 실물경기로 선순환되고 있다고 평가받지만, 파리 테러 여파로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초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