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이후 시리아 난민 수용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 정치권이 분열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시리아 난민 수용을 일시 중단시키는 법안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고 시리아 난민 수용을 강행하겠다고 천명했다.
파리 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 퇴치 방식을 놓고도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은 대립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IS 격퇴 전략으로 ‘공습 위주와 50명의 특수부대 투입’이라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은 지상군을 대거 확충하거나 다국적군을 구성해야 한다고 맞섰다.
◇“시리아 난민 수용 중단” vs “거부권 행사”=오바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난민수용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그는 “여성과 아이, 고문 생존자 등 극도로 취약한 시리아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것이 초점”이라면서 “난민의 면전에서 매몰차게 문을 닫는 것은 미국의 가치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미국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시리아 난민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 의원이 “나를 모욕하려면 면전에서 하라”고 발끈했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숨어들어올지 모르는 오바마 대통령의 시리아 난민 수용방식과 시리아 난민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자는 나의 방안 중 어떤 것이 미국과 미국인의 안전을 위해 나은지 TV토론이라도 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화당은 ‘외적에 대항하는 미국인 안전법’으로 명명된 난민수용 중단 법안을 19일 의회에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될 때까지 어떤 난민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 폴리틱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시리아 난민 수용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 의견은 28%에 그쳤다. 또 11%는 난민 중에서 기독교인만 받아들이자는 반응을 보였다.
◇“지상군 확대, 다국적군 구성” 주장도=젭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군사학교에서 벌인 유세에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과 아랍 국가들과의 공조 속에 지상군 전개를 늘려야 한다”며 “공군력은 필수적이되 충분하지 않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나토의 한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의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공동방위조항을 토대로 IS 격퇴를 위한 다국적군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경선주자 중 선두를 달리는 벤 카슨도 IS 격퇴를 위해서는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가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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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테러 공포에 힘 받은 美 공화당… 정치권 ‘파리 테러’ 해법 갈등
입력 2015-11-19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