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싸움 치열한 ‘대우증권’ 인수전

입력 2015-11-19 21:26

증권업계 순위를 뒤바꿀 KDB대우증권 매각 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매각 가격을 두고 대우증권과 인수 후보자는 물론 인수 후보자들 간에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대우증권 주가가 하락해 매각가가 2조원을 밑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KB금융지주는 19일 대우증권이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연 경영진 설명회에 참석했다. 대우증권은 지난 16일부터 입찰 적격자로 선정된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한국투자증권, KB금융지주를 차례로 만나 설명회를 열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17일로 예정됐던 설명회에 불참했다.

미래에셋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 ‘인수 의지 부족을 드러낸 것’ 등의 추측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 변재상 사장은 18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사랑의 김치페어’ 참석 후 “같은 증권업에 종사해 서로 잘 아는 사이기 때문에 임원 프레젠테이션은 의례적 행사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최종 매각가 결정에 앞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매각 공고가 나기 전부터 인수 열기가 뜨거워 매각가가 3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지만 예비입찰에 4곳 모두 2조원 이하를 써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참여자들은 대우증권 인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적정 가격’을 강조하면서 한발 빼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현재 인수 후보자들은 대우증권에 대한 예비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사가 끝나면 다음 달 20일쯤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매각가의 최대 걸림돌은 대우증권 주가다.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장부가를 기준으로 대우증권 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주당 1만2600원 이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은 별도다. 산은이 생각하는 적정 매각가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4월 1만7000원대까지 올라갔던 대우증권 주가는 19일 1만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더 낮아지면 본입찰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